4. 허영과 소박 사이

퇴직자의 경제력

by 소담

예전에 알고 지내던 50대 중반 지인의 SNS를 오랜만에 구경하였다. 원래도 "RICH 언니" 이미지였지만, 여전히 일등석을 타고 해외여행 중이고, 빚내서도 즐긴다는 가을 골프 라운딩에 여념이 없었다. SNS가 참 신기한 것이, 순간의 사진 몇 장으로 한 사람을 쉽게 정의 내린다. 이 언니의 내면은 읽을 길이 없으나, 여유 있고 세련된 인생을 즐기고 있네! 핫플이란 핫플은 다 다니는구나!! 저 나이에 경제력뿐 아니라 건강도 최고이구나!!!


그러다가 내 인생으로 돌아와 보니, 나는 요즘 "여유롭다"라고 입에 달고 살지만, 시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가? 내 마음이 진정 여유로왔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소비 지향적 인간이(었)다. 월급은 오롯이 내 몫으로 써도 가계에 큰 문제가 없었다. (뭐, 억대 연봉자는 아니었지만...) 소비를 즐겼다기보다는, 무언가를 사는데 거침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갖고 싶은 게 있으면 why not? 큰 고민 없이 결제했다. 그러다 보니, 남편과 나의 한 달 카드값의 총사용액이, 매월 앞자리가 늘어나더니 자릿수까지 변할 지경에 이르렀다. 단순 소비뿐 아니라 나는 금융상품 쇼핑에도 열정이 있었고 한때는 부동산 쇼핑에도 심혈을 기울였던 터, 나라는 사람은 물건도 돈도 많이 많이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욕심쟁이임이 확실했다.


그러다가, 내 수입이 "0" 되고 나니, 남편의 월급날이 참 기다려지게 되고, 동시에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회사도 안 다니는데 좋은 브랜드의 옷은 필요 없지 않아?' 혹은 '화장품, 향수도 예전처럼 그리 다양하게 필요한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사실, 내가 소비하는 사치품들은 한낱 "보여주기식" 물건에 불과한 것이었다.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지만, 자칫 궁상맞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 속에서 돈 아낄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뭘 하지를 말기". 사람 만나지 말고, 뭘 배우지 말고, 사 먹지 말고, 대중교통으로만 다니고 등등. 단순한 생활이 좋은 면도 있겠지만, 나 같은 "집 밖 생활 LOVER"들에겐 금세 자괴감이 들 것 같다. 그러면 안 될 일.


몇 개월간의 외벌이 생활 후 나와 우리 가족생활 패턴에 맞게 우리 집 경제활동 RULE을 정했다.


1. 사치품 쇼핑은 줄이자

2. 대용량 구매는 줄이자

3. 온라인 쇼핑은 필수 품목만 하자

4. 배움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말자

5. 관계에 대한 소비는 아끼지 말자

6. 문화생활에 대한 소비는 아끼지 말자.


그래서 지금 나는, 처박아 둔 옷들 꺼내어 찾아 입고, 안 들고 안 신던 가방과 신발도 자주자주 꺼내주며, 먹거리 쇼핑은 동네 마트에서 필요할 때마다 하고, 대신 배우고 싶은 것은 마음껏 배우고 보고 싶은 거 맘껏 보는 생활을 하고 있다.




다시 SNS에서 본 세련된 언니 이야기로 돌아가,

나도 내 시간들의 순간 컷이 있다면 멋짐 뿜뿜 할 수 있는 거잖아! 의 매일 발레하고 (무제한 4개월 수강권으로 질러버림), 골프 하고 (주말 정규홀 라운딩 말고 소소한 PAR3홀이나 9홀로도 충분), 여행 다니고 (아, 일등석은 불가능이다, 털썩....), 미술관과 공연 보러 다니고, 가족들 친구들과 소소하지만 즐거운 만남 계속하고 있잖아! 교하는 삶은 노노. SNS는 그냥 가볍게 흘러 보는 것으로...


마이너스 없이 잘 살아가고 있으니, 비경제인으로서의 삶에 지금 이 순간은 만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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