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준비) 후, 가장 먼저 나를 위해 수행한 미션이 바로 '운전'. 도로연수 10회 만에 차 구입까지 일사천리로 마치고, 지금 운전 경력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올여름이 유독 더웠어서 가까운 거리를 가더라도 차를 타다 보니, 운전실력은 늘었지만 무조건 내 차로 다니는 좋지 않은 습관도 생겼다. 오르는 기름값이며 환경오염을 생각하면 걸어 다니는 게 바람직 하지만, 아직 초보운전자이니 연습하는 셈 치자.
대낮에 거리를 운전하다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낮에도 다니는 차들은 참 많구나. 이 시간 거리에 사람들도 많구나. 저분들은 다 무슨 일 하시는 분들일까. 예전에, 가끔씩 근무하다가 볼일이 있어 백화점에 낮에 가게 되면, 한없이 여유롭게 쇼핑하는 사람들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만 일하나?
오늘은 신호 대기 중, 병원 앞에서 택시에서 내리는 모자(로 추정)를 보았다.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노모를 30대 후반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이 부축해 차에서 내려, 병원으로 들어간다. 시간은 오전 11시.
오전 11시, 나는 회사에서 뭐 했더라. 출근 후 2시간 지났으니 한참 열 올려 일했을 시간이다. 중간에 배라도 아프면 곤란하다. 화장실 다녀오면 일의 흐름도 끊기고 금세 점심시간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었을 것이다.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병원 갈 시간을 만들어야 하고, 상사나 동료들 몰래 스르륵 다녀오거나, 그냥 참고 말아버리기 일쑤. 부모님 편찮으시다고 내가 모시고 병원을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가 가관이었다. 중요한 회의 앞두고 주관자인 내가 빠지면 안 되니, 병이 걸려도 회의 당일까진 아프지 않아야 했다. (회사 내에서도 암묵적인 룰이었다...)
내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했던 회사원 시절이여...
약속된 휴직이 11월 말 까지라, 퇴직 의사 표시를 하러, 한 달 전인 다음 주에 나는 " 아마도 마지막으로" 회사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