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회사 인간관계의 깊이

어디까지가 진심이었을까요?

by 소담

약속된 휴직 종료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와, 퇴직 의사를 밝혀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인사팀 담당자에게 퇴직 절차를 문의하고, 추후 일정을 간단히 상의하였다.


15년 가까이 몸담은 직장인데, 6개월 휴직 후 퇴직 하려니, 인간관계에 대한 허무함이 몰려온다. 휴직기간 중 연락을 주고받은 동료들은 고작 10명 안팎, 이마저도 업무 연관성을 빼면 5~6명 정도. 이들을 제외하면, 사직서를 제출하려고 회사에 들렀을 때 어디까지 작별인사를 하는 게 맞는지,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마치, 결혼 전 청첩장 돌릴 때 어디까지 내 결혼소식을 알려야 하나? 와 비슷한 수준의 고민이었다.


MBTI의 "E"성향이라고 자부했는데, 스멀스멀 "I"가 나와 버렸다. 마지막 인삿날의 옷차림이며 표정까지 벌써부터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회사가 이렇다. 회사 구성원이 어떻든 간에, 나는 회사 앞에서 작아지고 만다. 나 '소담'은 너무 당당한데, 회사란 조직은 나를 한없이 약하게 한다. 구성원들 개개인은 참으로 좋으신 분들이지만, 회사로 묶어서 보니 괜스레 삐딱하게 보인다. 내가 철저히 계산적인 회사생활을 했나 보구나.




사실, 나도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다. 내가 속한 부서와 부서원들과 내 일에 애정을 쏟았다. 인정받으려 노력했고, 성과가 있으면 그 자체로 순수하게 기뻤다. 오랜 기간 한 조직에서 일하다 보니 갖가지 사건과 사람에 대한 실망, 조직에 대한 배신감 등 누구나 있을법한 일과 감정들을 경험했고, 언젠가부터 한발 물러나는 연습을 해온 걸 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홀가분하다.


휴직 후 퇴직이라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고, 지금 내 마음의 무게중심이 회사보다는 가정에 쏠려 있어서 그런 걸 지도. 어쨌거나, 회사를 통해 얻게 된 소중한 몇 안 되는 친구, 선배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