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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지 Aug 28. 2021

영어의 스윗함에 대하여

전문성 없음 주의

한국어가 편한 사람이지만 하루에 한국어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는 환경에서 지내는 사람으로 영어로 하루를 여닫는 것이 익숙해졌기는 해도 현지인들에게 직접 듣는 영어 표현은 문화적인 접근의 일환으로 보면 항상 새로운 것이 나오고 또 그렇게 끊임없이 배우게 된다.

뭐 영문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영어를 심도 있게 연구하는 사람도 아닌, 생존 영어 습득자로서 그 내막을 샅샅이 파헤칠 건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심쿵’했던 얘기가 하고 싶다.

한국어와 영어의 사용 방식의 구조적인 차이에서 오는 낯섦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금사빠 기질 보유자인 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오는 반응인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같이 일하는 쉐프가 창고에 갈 일 있다면서 뭐 필요한 거 있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필요한 것을 말했다. 그리고 쉐프가 말했다.


 “I can do FOR YOU.”


여기 사람들은 뭐만 해 줄 때마다 For you 란다. 우리의 작업을 위해 필요한 것을 말해도 For you 라 하고 별것도 아닌 것에 다 For you 래. 본인이 쓰는지도 모르고 입버릇처럼 하는 말들이지만 나는 가끔 이 말이 설렌다.


I will bring some for you.

Let me get the door for you.

I’m gonna keep that one for you.

.

.

.

심지어 상점 직원에게서도, 오며 가며 만나게 되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서도 순간순간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직역으로 하면,

“ 널 위해 해 줄게요.”,” 널 위해 문을 잡아 줄게요.” 뭐 이런 식이라는 건데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저렇게 외화 번역같이 일상생활에서 말하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왠지 더 다정한 말 같고 특별하게 대해주는 것 같고 그렇다. 많이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가끔 무방비 상태, 오늘 같이 이른 아침에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누군가 훅 하고 ‘For you’를 날리면 순간 ‘응?’ 하고 강아지 눈빛이 나오곤 하지. 습관처럼 하는 말을 내뱉고 이미 돌아서 가는 뒤통수에다 대고…

 

우리나라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제가 해 드릴게요.” 라든가, “ 제가 잡아 드릴게요.” 정도였던 거 같다. 누구를 위하는 건지는 말 안 해도 아니까… 그래서 나의 이런 건조한 정서가 남아 있어서 인지 가끔 기분 안 좋을 때 “ for you” 가 들리면  ‘생색내는 거야 뭐야?’ 하고 비딱하게 눈 흘기게 되는 부작용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또 말끝마다 FOR ME 래.


Can you do this one for me?

Would you please pass something for me?  


등등 자기가 필요한 것을 말할 때의 for me는 제법 적응되었다.


근데 언젠가 은행업무를 하러 갔는데 자신의 자리에 나를 데리고 간 은행원 오빠가 내가 작성해야 하는 폼을 내밀면서 나를 위한 작업을 하는 중에도 그래.


Can you please fill this form out FOR ME?


'저기.. 이거 내 업무인데요… 언제부터 우리 자기 내 일이 자신의 일처럼 소중해진거야...??'


 ‘너를 위한 업무 처리를 내가 하기 위해 이 폼을 작성해 주겠니.?’라는 숨은 뜻을 모르는 건 아닌데 그 장황함을 생략하고 말하니 뭔가 나의 일을 너의 일처럼 대해주는 것 같고 우리 되게 친한 것 같고 의지가 되고 그랬다.



일 마치는 시간에 우연히 비가 오는 날이었다. 같은 시간에 끝난 동료가 우산이 있다고 주차장까지 같이 가겠냐고 물어봤다.


Do you wanna come WITH ME?


이번에는 with me이다.


생각해 보면 이건 우리나라 말로도 설레어.

나랑 같이 갈래?

나랑 같이 할래?


보통 나랑, 저랑을 빼고 말하는 경우도 많아서 누군가 저렇게 말해주면 너무 드라마 같고 설렌다. 나랑 뭔가를 하고 싶어 하는 느낌. 내가 뭔가 그의 (인생... 까지는 너무 갔고) 순간에  의미 있는 사람이 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워낙 쉽게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말들이라 이 단어 조합에 대해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 어느 날  한 가게 들어가서 별생각 없이 있다가 누군가 건넨 이 흔한 문장을 듣고 혼자 실실 웃고 있으니까 같이 있던 한국인 친구가 이상하게 보길래 이 얘기를 혼자 신이 나서 해 줬다. 얘기를 다 들은 친구는 더 이상하게 나를 보며 한마디 했다.


저런, 너의 외로움이 갈 때까지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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