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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지 Nov 08. 2021

연애를 안 한다고  노력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

내가 연애를 못하고 있는 이유

언젠가 한 방송인이 카페 같은데 앉아서 대기업 사람 만나고 싶다거나 자기 관리하는 사람 만나고 싶다고 읊어대지 말고 자기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가라.'는 말인 거지.


친구들을 만날 때 서초동 삼성 사옥 근처에서 약속을 잡고, 금토 저녁에 헬스장을 가면 불금을 뒤로하고 자기 관리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즐비하다면서 예를 들어줬던 거 같은데 그 지론이 꽤 일리 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다음 날 새벽 5시 출근임에도 큰맘 먹고 토요일 저녁에 운동을 갔다.


갔더니...

한 명 있었다. 


성급하게 실망하지 않았다. 호주 사람들 일찍 자니까 조금 다를 수 있다며 이번엔 일요일 점심쯤에 갔다.

심지어 다른 동네로 원정까지 갔다.

아무도 없었다.


나한테 왜 그래?

그런 곳에 살고 있다 나는...



나는 늘 집 근처 성당을 갔었다. 한인 교회는 많아도 한인 성당은 한 군데밖에 없어서 집에서 거리가 좀 있었는데 영어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미사 시간도 제한적인 한인성당 스케쥴에 맞추기가 어렵기도 해서 가까운 현지 성당을 다녔었다.

근데 사람 만날 기회가 너무 없다 보니 한인 성당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번 갔었는데 미사 참석 만으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옛 실력을 살려 평일 미사 반주를 하겠다고 자처를 했다. 신부님을 비롯 그곳에 계신 어른들과도 친목을 쌓으며 한 한 달 했나? 코로나가 터져서 모든 종교활동이 중단되고 나는 비자 때문에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이사 온 곳이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시티가 아니라 지방이다 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중간 나이대(나에게 필요한 나이)가 없고 아주 어리거나 은퇴 직전의 분들로 채워져 있다.


동네 성당에서 미사 끝나고 연령대 조사를 하겠다고 10대, 20대, 30대를 각각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는데 쭈뼛쭈뼛 일어나는 사람이 각각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 마저도 커플이거나 토끼 같은 자식들이 있는 가족들이 대부분. 60대를 호명하자 갑자기 부산스러워지더니 참석자의 반 이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그 이상 연령대.


얼마 전에 친해진 그 와중에 젊은 친구가 일 마치고 퇴근하려는 데 비가 오니 직원용 주차장까지 우산을 씌워 주겠다고 말해왔다.


'뭐야 이거 그린 라이트인 거야?'

'그래 내가 정상 남녀 성비가 있는 곳에서는 그래도 항상 뭐가 있긴 했었어.'


 라며 단비 같은 그린 라이트에 시원하게 액셀을 밟을 준비를 했다,

함께 걸어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운전면허 얘기가 나왔는데  그 친구가 아직 풀라이센스가 없다고 하길래 왜냐고 물었더니 대답했다.


" 응, 나 열일곱 살 이거든."

‘ 그린 라이트는 죄수복 색이었던 건가... 내가 조금만 비행했으면 너만한 애가 있었...'


안녕, 잘 가.


티브이 속 멋진 남녀 싱글 연예인들이 연애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본인도 여러모로 출중하고 주위에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능력있고 멋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연애를 못할까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풍요속의 빈곤'이라고도 한다지만 아니 주위에 저렇게 멀쩡한 싱글들이 많은데 그중에 한 명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지 않을까? 하는 멋모르는 생각도 들었다.

나를 봐. 이건 그냥 물리적으로 0이잖아. 어쩜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적어도 나를 근처에 무언가를 짚지 않고는 앉았다 일어날 수 없는 결혼 두세번 다녀오신 분들의 삶에 뒤늦게 끼워 맞출게 아니라면, 비싼 학비 내고 텍스 내고 합법적으로 잘 살다가 남자 때문에  '철컹철컹' 신세 지게 할 의향이 아니라면 주변을 잘 찾아보라는 둥, 내가 눈이 높아서 그런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 와중에 건설 회사 다니시는 형부가 얼마 전에 보내준 문자에 눈치 없이 설레었다.

"처체, 깔린 게 남자니까 어서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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