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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지 Feb 09. 2022

언제부터 내가 너의 달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참 좋네요

영어권 나라 사람들과 대화의 특징 중에 하나를 말하자면 말 끝마다 ‘Sweety', ‘Darling’, ‘Love’, ‘Beautiful’,'Hun’ 등과 같이 듣는 나를 칭하는 단어들을 멋대로 붙인다는 것이다.


처음 왔을 때는 나한테 작업 거는 건가? 하고 오해하기도 했고, 나를 정말 예뻐해 주는 것이라고 자만하기도 하면서 이 지나가는 한 단어들에 엄청 의미 부여를 했었었다.

아니 우리나라에서는 깻잎 한 장 잡아주는 것도 열띤 토론을 나누며 잘잘못을 따지는데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hun’이라고 부른다고???

이래서 내가 연애를 못… 아니 안 하는 거야…




이 사람들에게는 그냥 흔해 빠진 습관으로 입에 붙어 자기 또래나, 어리거나, 직장 후배들과 대화할 때면 자기가 하는지도 모르게 딸려 나오는 마침표 같은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을 지금은 안다.

지금에야 저 호칭을 하든 안 하든 상관이 없지만 한동안 처음 보는 점원이든, 같이 일하는 동료든, 옆집 아주머니든 나에게 저렇게 말해주면 기분이 좋고 안 하면 아쉬운 시간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어느 덧 해외생활 9년째. 현지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어도 내가 내 입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끝마다 저런 호칭을 붙이기에는 아직도 이질감이 좀 있는 것 같다.

뭔가 내 얼굴, 내 어휘, 내 발음 들과는 좀 부자연스럽다고나 할까? 그게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아직 내 마음속에서는 저런 호칭들은 함부로 아무에게나 하게 되는 말들은 아닌 거 같다는 거. 나는 정말 사랑스러운 눈빛을 장착하고 ‘love’, ’darling’이라고 말하고 싶지 했는지 안 했는지 조차 모르게 기계처럼 뱉어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나도 마음의 준비 따위 없이 잘하게 되는 영어권 사람들의 말버릇이 있다.

바로 남자에게는 'Gentlemen', 그리고 여자에게는 'Beautiful lady'라고 말하는 것이다.


내 일상에서 쓰게 되는 상황을 이렇다.


근무 중에 손님을 앞에 두고 손님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커피는 이 남자분 꺼고 이거는 저 여성분 거예요.”를 말할 때,

“This coffee is for this gentleman, and this one is for that beautiful lady.”


어떤 상점에서 주문을 기다릴 때 점원이 순서를 헷갈려하면,

"이 남성분이 먼저 오셨어요."

"This  gentlmen is the first."


직역을 하자면 ‘신사분’‘아름다운 여성분’인데 어떻게 보면 이것도 좀 낯간지러운 말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선생님’,’ 사장님’처럼 이름도 성도 모르고 직업도 모르지만 나름 대우해주고 싶어서 말하는 것과 같은 뉘앙스라 생각하면 나도 너무 오글거리지 않고, 과하지 않게 현지인 흉내 낼 수 있는 정도의 적절한 호칭인 것 같다.

Lady에만 굳이 beautiful를 붙이는 이유는 내가 무방비 상태에 있다가 'this beautiful lady'라고 지명당했을 때 순간 ' 아, 그거 나예요?' 라며 수줍게 배시시 웃게 된 경험이 있어서이다.

'그래,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사람 아니겠어?' 라면서...



친근함을 내세워 사용하는 호칭들이지만 무분별한 사용이 불쾌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

곰같이 크고 우락부락한 셰프 중에 한 명이 연세가 있으신 할머니 손님에게 습관처럼 말끝에 'love'라고 했다가 한소리 들었다.


"I am not your love, don't call me like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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