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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지 Mar 27. 2024

우리, 자매가 맞더라고요.

“ 저 언니가 진짜 얘 친언니라고???”


언니와 나는 두 살 터울로 초등학교, 중학교를 같이 다녔다. 중학교 때 전교 회장이었던 언니는 매주 월요일 운동장에서 하던 전체 조회시간에 교가제창 순서에서 학생들 앞에서 지휘를 하곤 했었다. 언니와 나의 관계를 알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들이 “ 저 언니가 얘 친언니야.”라고 주위에 말하면 다른 친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하며 지휘를 하는 언니와 나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외모부터 기질까지 딸 둘에 별의별 딸들이 다 있다고 우리를 낳고 기르신 어머니께서 직접 말씀하실 정도로 우리는 참 많이 다른 자매이다.



“ 아니 이 집은 자매들은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오열을 하는 거야??”


최근에 언니네 집에 놀러 갔을 때, '겨울왕국'의 대표 ost  중 'Do you wanna build a snow man'이 흘러나왔다. 내가 이 영화를 비행기에서 봤을 때, 안나가 한껏 기대에 찬 목소리로 노래하다 사실은 눈사람이 목적이 아니라 그저 언니와 함께하고 싶을 뿐이라는 간절함과 희망을 담아  

"It doesn’t have to be a snowman."

라고 할 때와  

"we only have each other. It just you and me."

라고 부모님을 여의고 이런저런 일들을 결국 홀로 겪으며 사람들을 상대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혼잣말하듯이 뱉어낼 때…

내가 어깨까지 들썩이며 오열을 하는 바람에 지나가던 승무원 분이 다가와 나의 안위를 물어봐줬다는 일화를 나눴다. 그러자 언니가 공감하면서 혹시 그 노래 아냐며 '질풍가도'라는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물어봤는데 내가 “아 그거 ‘한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 이거지? ”라고 흥얼거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목이 메어오자 형부가 언니도 그런다면서 농담반 놀림반에 신기함 한 스푼까지 얹어 한 얘기였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각자 다른 일상을 살고 있지만 형부에게서 "이 집 자매들~”이라는 말이 나오게 한, 언니와 내가 서로 다른 시간에서 같은 것을 보고 듣고 눈물짓고 있었다는 것이에 우리가 찐자매임을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다.

자매의 눈물을 쏟은 TV 프로그램도 있었다.


성적을 부탁해 티쳐스

입시를 앞두고 길을 잃은 학생들을 일타강사들과 함께 학습의 길을 찾아주는 프로그램.


어느덧 학부모인 언니가 이 프로그램을 보고 느끼는 것과 싱글인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은 많은 차이점이 있겠지만 출연 학생들의 노력과 성장을 보며 우리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제법 분명해 보였다.

나도 한때는 학교에 온종일 갇혀서 인서울을 목표로 하는 꿈 많은 소녀였다. 대학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것 같은 우물 안에서 나와 깨어지고 깎여지는 시간을 한참을 보내고 나니 저들의 고민이 대견하기도 하고 공부든 뭐든 하기만 하면 웬만한 건 꿈꿀 수 있고 다 이룰 수 있는 그 나이가 부럽기도 하고 오버랩되는 나의 지나가버린 과거가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하루종일 나름 열심히 공부하는데 방법이 틀려서 도통 성적이 오르지 않아 답답해하던 학생이 일타강사님들의 정성스러운 지도에 성적이 오르고 성적을 공개하던 날 그 희열과 감동에 다 큰 몸을 흐느끼면서 선생님을 껴안으며 감사의 인사를 하는데 선생님도 우시고 학생도 울고 나도 … 어떻게 안 울 수가 있겠냐고...


대학이 전부인 것 같은 그 시절, 그 예민한 나이에 방송에 나와 본인의 약점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절박함과 그들과 기꺼이 함께 나와 자식을 응원하는 부모의 모습에서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보여서 짧은 영상만으로 한국 방송을 접하는 내가 오랜만에 전체 방송을 찾아보며 휴지의 소비량을 늘리게 된 프로그램이었다.


 최강야구

자신의 커리어에서 최고의 정점을 찍었던 선수들과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은퇴를 한 선수들, 그리고 이제부터가 시작인 프로가 되고자 하는 선수들의 조합들로 이루어진 팀이 프로그램을 연명하기 위한 노력을 담은 프로그램.


야구라고는 학교에서 하던 발야구 밖에 모를 정도로 관심이 없었던 내가 불편함에 몸부림치던 기내에서 이 프로그램을 접하고 내 검색창에는 '야구 룰'이나 '지명타자' 같은 야구 관련 용어들이 자리하게 되었다.

야구로 인생의 최고의 순간을 맞봤던 사람들이 한창때의 긴장과 부담은 내려놓고 실없는 농담을 하다가도 경기에 돌입해서는 현역 시절의 집중력을 보이는 모습이나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하는 모습, 야구로의 전성기는 끝났다고 은퇴한 선수들이 이 프로를 통해 나 같은 야린이들에게까지 이름을 알리고 사랑을 받게 되는 과정, 그리고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하며 성장하는 아마추어 선수들, 또 그런 어린 선수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선배 야구 선수들과 감독님의 모습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부상을 훈장처럼 지니고 경기장을 떠난 선수들이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전한 모습에서 그들이 걸어온 길이 느껴져서 멋있기도 멋있지만 찬란했던 시간을 마무리하고 다신 없을 것이라 여겼던 경기장에서 관객들을 보며 눈시울을 적시는 선수들의 뭉클함이 여실이 느껴져 나도 가서 관객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은 정도였다. 특히 어마어마한 선배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인생의 첫 데뷔전을 치르기 앞서서 모자를 벗고 환호하는 수만 명의 관객들을 향해 경건하게 인사를 하는 아마추어 선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감개무량함이 화면을 뚫고 나오는데…

어떻게… 안 우는 방법을 아시는 분 계세요???



내가 한국 성인 남자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여기에 있어서 그런 가... 무엇보다 기골이 장대한 남자들이 한 무더기로 득실거리면서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모습이나 또 언제 그랬냐는 집중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흐뭇하고 든든하고 셀레고 막 그러는 건 나만의 문제인가요…?. 데헷


프로의 세계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은 그들의 피땀과 최고가 되기 위해 갈고닦아가는 젊은이들의 노력을 보니 큰 마음먹지 않아도 야구장을 갈 수 있었던 잠실에 살았던 그 시절에는 관심도 없다가 산 넘고 바다 건너온 이제야 수많은 관중들이 야구장을 찾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는 게 비통할 따름이다.


그렇게 그날 저녁, 언니와 나는 눈물로 맺은 자매인증을 하게 되었다.



아, 우리 자매를 보고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우리가 닮았다고 말해준 한 사람이 생각났다.


바로 치과 선생님.

내가 입을 벌리는 순간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구강구조가 딱 자매네요~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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