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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tacura Dec 06. 2021

엄마는 대지이다.

   가끔씩 엄습해 오는 두려움을 세게 고개를 흔들며 떨쳐낸다. 잠시 생각만으로도 그것은 내 몸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아 더욱 조바심을 치며 고개를 흔들게 된다.


   드디어 내게도 '만삭'의 시간이 주어졌다.  아이들의 존재를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시작된 불안감은 한순간도 온전히 사라진 적이 없지만, 출산을 앞두고 더해진 두려움은 그간의 모든 불안감을 압도한다.


   '나는. 건강한. 아이들을. 무사히. 낳을 수 있을까?'


   시시한 얘기로 웃고 떠드는 TV를 보면서, 당장 쓰지도 않을 의미 없는 외국어 단어를 끄적이면서 잠시 잠깐 잊어보기도 하지만, 두려운 마음은 이내 다시 눈앞에 보란 듯이 서 있다.

 

   '나는. 모든 걸. 견뎌낼 수 있을까?'


  나는 모든 걸 견뎌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지난 6년을 스스로 위로해왔다. 견뎌낼 수 없으니 내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그러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그리고 그 위안이 출산을 앞둔 내게 다시 화살이 되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난. 아이들의.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게 난 불완전한 엄마가 될 상태로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처음 엄마가 되는 것이고, 사람은 모두 불완전하며, 이 시기의 불안감과 두려움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까 특별할 건 없지 않은가 하고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듣게 된 스님이 말씀하시는 엄마 이야기.


   '엄마는 대지다. 엄마는 신이다. 엄마는 '어떠한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다. 엄마는 자식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엄마는 자식에게 어떠한 상황 아래서도 지켜줄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엄마는 혼자서도 자식을 지킬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할 것이다. 아이들의 모든 것을 사랑할 것이므로 두려움을 느낄 이유가 없다. 지금 내 뱃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이 아이들을, 이 아이들의 모든 것을 사랑할 것이므로 나는 지금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아이들을 지켜줄 것이다. 아이들은 나의 슬하에서 절대적인 안정을 느끼며 자라게 될 것이다. 그것은 내게 없는 재산이나 능력, 권력과 같은 것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가난한 젊은 과부였던 내 어머니가 하셨던 것처럼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나는 내 어머니로부터 직접 '엄마의 초능력'을 확인하였다.


   나는 두렵지 않다. 나는 행복하다. 아이들은 이미 내게 왔고, 난 이미 사랑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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