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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tacura Dec 06. 2021

하 진(哈金)<전쟁쓰레기(War Trash>

<광장>을 떠올리게 중국 소설 



나는 맥아더가 싫었다. 

그는 종종 카메라를 향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였는데, 

전쟁을 즐기는 게 분명했다. 

전쟁을 하면서도 아주 편안해 보였다.


(중략)


그 중에는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전쟁 특파원이 있었다. 

그녀는 마거릿 힌턴이라는 이름의 30대 여성이었다.(중략)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전쟁처럼 흥분되는 남자'를 

만나기 전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녀에게 전쟁은 이목을 끌기 위한 게임이었다.


<전쟁쓰레기> 중에서




    

 

  전쟁은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전쟁이 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살게 하거나 죽게 만들 걸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전쟁은 전쟁 밖에는 해결할 방법이 없었던 시대가 이미 다 지나버린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사실이 고통스러웠는지 모른다. 전쟁을 이용하는 교활한 소수의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지옥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만든 최악의 상황을 전쟁 이전보다는 나아진 상태라 주장하며 뻔뻔스럽게도 그것을 자신의 능력인양 과시한다.  


    하 진(필명 金哈의 영문식 이름)은 다소 생소한 작가이다. 중국인 작가가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한국사람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퓰리처 상에 두 번이나 노미네이트 된 동양인 작가임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은 의외이다.  


    하 진의 이력은 그의 이름만큼이나 독특하다. 1950년대 중국에서 태어나 인민해방군에서 복무하였고, 이 후 대학에서 영문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을 하던 중 천안문 사태를 접하게 되고, 폭압적인 정부의 행태에 대한 실망으로 귀국을 포기한 채 미국에 남았다. 한국인에게 정치적 망명이란 게 그렇게 낯선 단어는 아님에도 왠지 모르게 이 한 단어로 작가 전체를 규정할만큼 강렬하게 느껴졌다. 중국인이 쓴 한국전쟁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천안문 사태를 이유로 고국을 등지고 미국에 남은 중국인 작가가 쓴 한국전쟁이라는 점이 내게는 더 흥미로웠다. 


    소설은 어디에선가부터 최인운의 <광장>을 떠올리게 했다. 비단 주인공이 고향인 중국 본토로도 대만으로도 가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 중립국인 브라질 혹은 인도로의 망명을 고민하는 장면에서만은 아니었다. 전쟁포로가 되어 거제도와 제주도 수용소에서 지내면서 또 다른 형태의 전쟁을 겪어야 했던 주인공은 얼떨결에 전쟁터에 끌려온 순간부터 휴전협정이 맺어지고 포로의 송환이 이루어지던 마지막 순간까지 단 한 번도 공산당과 국민당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배회했다. 살아남기 위해, 살아서 어머니와 약혼녀에게 돌아가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해 어느 쪽이든 속해보려고 애썼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들에 의해 이리 저리 떠밀리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선택이 아닌, 상황에 의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하고 본토로 돌아가게 된다. 


    소설 말미 짧게 소개된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삶은 소설 제목이 보여주듯 말할 수 없이 비참한 것이었다. <광장> 속 주인공은 '무겁게 뒤채이는 검푸른 바다'에 몸을 던지는 것으로 끝이 났으니, 그 보다는 덜 비극적이라고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더 슬프고 고통스러운 결말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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