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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tacura Jul 15. 2024

엄마의 기일

한국에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한다).

엄마...

결국은 비 때문이었다고 해야 할까... 기억을 꺼내 나열하고 싶지 않다. 

엄마를 보내 드리고 회사로 복귀한 후에도 비는 며칠이나 억수같이 쏟아졌다.


엄마 기일이 다가 오고 있다.

음력 6월 13일은 엄마 생전엔 아무 날도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를 가장 강하게 상기시키는 날이 되었다. 

1년 365일 중 자식들이 자신을 가장 많이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날이 자신이 죽은 날이라는 걸 엄마는 어떻게 생각할까?

난 별로다. 그 끔찍한 날은 지워버리고 싶다. 

그런 날을 기념일처럼 기리고 기억하다니 죽음이라는 것에, 죽음을 불러오는 것에, 죽음을 관장하는 어떤 것에 농락을 당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엄마 생일보다 더 중요해진 엄마 기일. 슬프다. 


아빠는 훨씬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 

분명한 기억이 시작될 때쯤 돌아가신 아빠를 기념하는 날은 내게 처음부터 기일 뿐이었다.

아빠의 생일은 알게 된 것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고, 알고 난 후에도 별다른 감흥 없이 매년 그 날들을 흘려 보냈다. 

지금도 아빠의 생일은 내게 익숙한 날짜가 아니다. 

아빠에게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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