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결과가 바로 나올 줄 알았는데 바로 나오지 않아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것 사실이다.
'이쪽 분야 경험이 많은데, 서류 전형에서 이렇게나 오래 걸리네'
'경력 사항이 원하는 사람이 아닌가?'
자신감이 넘쳤었던 초반과는 다르게 결과가 늦어지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그날도 역시나 여느 날과 다름없이 회사 생활을 이어 나갔다.
한통의 메일이 왔다.
서류 전형 합격에 해당되는 조직적합도 검사 안내와 레퍼런스 협조 요청 메일이었다.
러페런스 체크의 경우 전 직장 동료 3명에게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나의 업무를 잘 알고 나에 대해 잘 설명해 줄 동료들에게 부탁을 해야 하기에
여러 명의 동료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다행히 모든 동료들이 흔쾌히 나의 부탁을 받아 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맙다.
이제 조직적합도 검사와 레퍼런스 체크를 마치면 통합 면접만 보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한 가지 숙제가 남아 있었다.
그것은 "와이프에게 허락받기"
처음 원서 넣는 순간부터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구체화된 것이 전혀 없었던 상황이라 어느 정도 구체화 되고,
또 새로운 회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보를 안 후에 와이프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기간 동안 전 직장 동료 중 근무하는 동료들이 여럿 있어 회사에 대한 비전, 근무환경, 연봉, 근속연수, 근무위치, 면접 팁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해당 정보와 현 회사의 나의 상황 등을 비교하며 와이프에게 이야기하였다.
퇴근 이후에 말이다.
"여보, 오늘 저녁 먹고 여보에게 할 말이 있어요. 안 좋은 소식은 아니고.."
"궁금해요. 그냥 지금 이야기해 줘요!!!!"
"여보, 실은 타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어요. 그쪽 인사팀에서 제안이 왔는데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지금도 만족하지만 이곳에 가면 지금 보다 힘들 순 있는데, 더 배울 것도 많을 것 같고, 아무래도 현 위치보다는 높은 직급으로 갈 가능성도 높아요. 이 채용 도전해 봐도 될까요?"
와이프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럼요, 나는 여보가 힘들까 봐 그렇지. 회사도 괜찮고, 일도 유사한 업무면 도전 안 할 이유가 뭐 있겠어요. 연봉도 높나요?"
"연봉은 일단 면접부터 합격하고 봅시다. 정보통에 의하면 현재보다는 평균 급여는 높은 회사인 건 분명해요."
내가 와이프에게 허락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현재 회사 재직 기간이 1년 반이 막 넘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운영 업무이다 보니 특별한 일 아니고서는 정시 퇴근을 할 수 있었고, 주말 작업도 그리 많지 않고, 급여 수준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님)
아무래도 한 아이의 아빠이자, 가정의 기둥이기에 안정적으로 회사 생활 하는 모습이 바람직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결정을 내리고 도전적으로 잘해볼 수 있다는 결정 역시. 우리 가족이 있기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했다.
'못할 것도 없지', '나는 잘할 수 있어', '넌 말도 엄청 잘하고, 실수만 안 하면 면접은 무조건 합격이야', '면접까지 가면 그때부터는 50% 확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