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리 Sep 09. 2024

나도 활짝 피었으면

돈을 주고 꽃을 사는 경험

꽃을 샀다.

사고 보니 내 돈을 주고 나를 위해 사는 꽃은 처음이었다.


아이들 생일파티를 위해 식탁에 놓을 꽃을 사러 동네 꽃집에 들렀다. 투박한 꽃집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있어 고르기가 쉽지않았다. 이것저것 묻는 내 질문에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사장님의 태도에 쫓기듯 고르고 싶지는 않았기에 애써 찬찬히 살피다 연보라색 튤립을 골랐다. 꽃봉오리가 뾰족이 모여있는 튤립 열 송이 한 묶음.


“이 꽃 다 핀건가요?”

“아니죠. 활짝피죠.”

“어떡해야 펴요?”

“그냥 집에가서 빛보면 금방 펴요.”

“아, 네.. “


내가 만 원 짜리 두장을 지갑에서 꺼내자 ‘현금하시니까… ‘라며 말도 안 마치시고 유칼립투스인지 비스무리하게 생긴 이름 모를 나뭇잎을 서비스로 꽂아주셨다. 이뻤다.


아이들 생일파티는 그야말로 우당탕탕 엉망진창이었다. 내 맘 같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좀 지치는 식사였다. 상을 치우려는데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알고보니 꽃병에 꽂아만 두고 물도 안줬는데..


아이들이 잠든 밤, 불꺼진 주방에 앉아 멍하니 꽃을 보고 있다. 예쁘다. 나도 활짝 피고 싶다.

그 꽃집엔 종종 가야겠다.


2023.1.10일의 일기

#꽃알못 #츤데레들이사는동네


매거진의 이전글 웃음 과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