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른 우리의 계절

한명도 같은 계절이 없습니다.

by 영순

어떤 사람은 가을에 태어난다.

태어나자마자 열매를 따는 것은 물론,

오랫동안 풍성한 결실을 거둔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같은 길이로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서,

무척 긴 가을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풍성한 열매를 거두기만 하는 가을을

길게 사는 사람들 말이다.




어떤 사람은 겨울에 태어난다.

조금만 참으면 봄이 오는 게 아니라,

시작이 겨울이라 생을 사는 내내

혹독한 겨울의 영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발버둥칠수록, 더욱 손과 발이 얼어가는

겨울을 사는 사람들 말이다.




어떤 사람은 봄에 태어난다.

모든 것이 시작이라,

희망 가득한 상태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기대와 희망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봄을 사는 사람들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여름에 태어난다.

모든 것이 짜증나는 상태로

끈적끈적하고 찝찝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결실의 계절은 커녕 온전한 휴식조차

상상할 수 없는 여름을 사는 사람들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겨울만 이어지는

기후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여름만 이어지는

기후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뚜렷한 4계절을 겪으며

정해진 대로 평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인생에는 변수가 있다.

바로 날씨다.

특정 기후, 특정 계절에도,

하루 하루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우리는 모두

다른 기후와 다른 계절에 태어나며,

매일 매일의 날씨 또한 예측할 수가 없다.




설사, 기후와 계절을 미리 정해서 태어난다고 해도

매일 매일 바뀌는 날씨라는 변수가 있다.


절대로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

기후, 계절, 날씨....




모든 것을 겪어내야 한다.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어진 환경은

나를 더욱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인생은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모두 겪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젊은 시절에는

주어진 환경에 답답했고, 분노했지만,

어느 순간 좌절하게 되고,

또 어느 순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진다.




주어진 환경을 바꿀 수 없고,

나 자신도 바꾸기 어려울 때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받아들이고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기세등등하고 팔팔했던 나를

무릎을 꿇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며

미소지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인생이라는 거대한 힘인 것 같다.




타인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바꾸려고 했던 삶,

나아가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삶이

얼마나 허무하고 말도 안되는 일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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