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 공사 #2

접근 금지

by 영순

2주간의 아파트 엘레베이터 교체 공사로 인해,

16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어느 날 문득 '접근금지'라는 문구가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매일 계단을 오르내리며 접근금지 문구를 볼 때마다,

우리 마음에도 '접근금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세 가지 생각에 도달했다.




첫째, 우리 마음에도
공사가 필요하다.


엘레베이터를 교체하는 이유는

당장 고장이 나서가 아니다.


각 부품의 제품 연한이 정해져 있고,

그것을 넘겨서 사용할 경우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우리 마음에 공사를 한 적이 있는가?




낡은 생각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고,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고,
여러 관계들을 되돌아보는
그런 공사 말이다.




마음이 힘들면,

음식, 술, 친구, 취미, 게임, 영상시청 등의

임시 대체제로 덮어버리려고 하지 않았는가.


마음이 힘들면,

부정적 감정을 주변 사람들에게

쏟아내지는 않았는가.


마음이 힘들면,

외부의 여러 요소들에 대한 탓을 하며

나의 처지를 더욱 비관하지는 않았는가.




나의 마음 공사에 도움을 줄 멘토,

좋은 책, 좋은 영상, 좋은 경험들을 통해

마음 공사를 해주지 않는다면

언젠가 마음의 여러 부품들의

작동 연한이 모두 지나버려서

손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를지도 모른다.




둘째, 내 마음에 공사가 필요하고,
그래서 공사를 시작했다면,
명백히 외부에 알려야 된다.


'접근금지'라고.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자꾸 다가와


"요즘 왜 그러냐, 달라졌다.


그럼 나는 너한테 뭐냐. 아무것도 아니냐.


그럼 난 어떻게 하냐."라면서


끝없이 우리를 죄책감에 빠지게 하고,

공사를 할 수 없게 만들지 모른다.




내 마음이 지금은 공사중이라서

접근금지라고.


공사가 끝나기 전에는

내 마음이 정상적으로 운행하지 못하니,

그때까지는 힘들고 불편하고

답답하겠지만 기다려달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명백히 알려야 한다.




나를 꼭 필요로 하는 사람,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반드시 공사가 끝나길 기다릴 것이다.


그 공사 기간을 기다려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내 인생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일찍 정리함이 옳다.




셋째, 누군가가 내게
'접근금지'를 말하며 자신의
마음 공사를 알릴 때,
충분히 그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



바짝 다가가서 대화하고, 듣고,

재촉하고, 설득하고, 따지는 대신

그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혹시 필요하면 언제든 돕겠다는 뜻을 전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피어오른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




훗날, 내 마음 공사가 시작되었을때,

그는 그 누구보다 내 마음을 이해하며

내가 그랬듯, 날 대해줄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담을 수 있는
적재용량에는 한계치가 있다.


그것을 넘기게 되면, 우리 마음은
경고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나의 마음에도 공사가 필요하고,
너의 마음에도 공사가 필요하다.


접근금지는 나를 위해서도,
너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공사가 끝나는 날, 함께 탑승해서
멋지게 웃는 날을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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