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쁨
몇달 전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엘레베이터 교체 공사 일정을 공지했었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시간 한 번 참 빠르네.
3달 전부터 공지했었는데
이렇게 금방 때가 되다니...
하아~ 이제 어떻게 한다?
늦은 밤 힘든 몸을 이끌고 퇴근해서,
16층까지 어떻게 걸어간담~
예전에, 운동한답시고 걸어서 올라간다고
도전을 해보았으나,
쉬지 않고 한번에 올라갈 수 있는
최대 층수는 10층까지였다.
그 이후로는 쉬면서 올라가야 한다.
공사 기간은 무려 21일인데 걱정이다.
엘레베이터가 멈춘 첫 날,
우리 식구는 집에 들어오자 마자
모두 한 마디씩 했다.
아니, 몇 마디씩 했다.
"와~ 죽겠다."
"와~ 허벅지 터지는거 같아."
"와~ 장난 아니야."
하지만, 진짜 고통스러워서
얼굴을 찌푸린 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집에 있던 사람은, 이제 막 들어온 사람을
놀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우린 모두
적응을 해나갔다.
쉬지 않고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는
최대 층수가 8-10층 정도였는데,
하루 하루 지나자, 속도 조절만 잘 하면
13층까지도 올라갈 수 있었다.
13층이 되면, 정말이지 딱 쉬고 싶었지만,
3층 남기고 쉬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터질 것 같은 허벅지를 부여잡고
16층까지 올라갔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란
피식 웃음은 났지만 대단한거였다.
이게 뭐라고...
아내는, 최근에 무릎이 아파서 걱정이 되었는데,
계단으로 오르내리고 나서는 신기하게도
무릎 통증이 사라진 거 같다고 했다.
공사가 다 끝나도,
자신은 계단으로 다닐거라고 했다.
불편함과 고통이 언제나 우릴 빗겨가길
바라는 게 보통의 우리다.
하지만, 삶을 살아보면 불편과 고통이 언제나
우리에게 마이너스는 아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말이다.
게임만 하느라 활동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운동을,
무릎이 아파오던 아내에게는 치료를,
13층에서 16층까지 올라간 나에게는 성취감을
가져다 준 엘레베이터 공사였다.
삶에서 마주하는 어려움들이
딱 이만큼만 되었으면...
우리 영혼을 무너뜨리고,
무릎을 꺾는 게 아니라
잠깐 지속되는 허벅지 통증이었으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게 아니라
더욱 끈끈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희망을 없애고,
끝없는 좌절을 주는 게 아니라
딛고 일어날 때마다
더욱 강해지는 기회였으면...
공사 마감일 근처가 되자,
근질근질해 하는 아이들은
공사하는 기사님들께
"아저씨~ 이거 언제 끝나요?"를
연신 물어봤나보다.
녀석들이 물어오는 첩보에 의하면,
마감 예정일보다 적어도 2-3일 전에
정상 가동이 된다고 한다.
희망이 차올랐다. 이게 뭐라고.
내가 예상한 힘듦과 고통이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난다는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상금이 10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군인의 제대할 날짜를 일주일 당겨주는게
수십배 더 기쁜 일임을 나는 알고있다.
아이들의 첩보가 맞았다.
공사는 2일 앞서 완료되었고,
엘레베이터는 정상 가동 되었다.
기뻤다.
설렜다.
생각치도 못했던 상을 받은 거 같아서 기뻤고,
엘레베이터가 완전 최신형이라 기뻤다.
마치 새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인생도 딱 이랬으면
가끔은 생각치도 못한
작은 기쁨들이
스며드는 삶이었으면...
큰 행운, 큰 기쁨
바라지 않을테니까 딱 이만큼만,
소소한 행복과 행운이
깃들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