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 - 코막힘

엄청나네요!

by 영순

지금껏 살면서 나는

코막힘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꼬맹이 시절 추운 겨울,

하루 종일 밖에서 놀때도

콧물이 흘러서 코를 훌쩍 들이마신 적이 없다.




감기가 걸려도 콧물이 흐른 적이 없었다.




콧물이 줄줄 흐른다던지,

코가 완전히 꽉 막혀서 답답하다던지

하는 경험이 내게는 없다.




환절기만 되면 비염 때문에 고생이라던지,

감기가 걸렸는데 코막힘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들은 내겐 그저 먼 이야기였다.




이해도 공감도 되지 않는

그저 그런 이야기.


아~ 네~ 그러세요~


이런 정도의 느낌이랄까?




몇년 전, 감기 증상이 좀 독특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감기 증상이었다.

양쪽 코가 완전히 막혔다.

100% 막혔다.




보통 우리의 코는 좌측 코와 우측 코가

번갈아 가면서 더 큰 호흡을 한다.


즉, 감기가 걸리지 않았을 때도,

60-80% 개방되어

공기가 완전히 드나드는 코와

20-40% 정도 개방되어

공기가 덜 드나드는 코가

주기적으로 바뀐다.




보통 때에도 손가락으로 한쪽 코를 막고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어보면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기에 걸려도,

주로 숨을 쉬는 한 쪽 코는

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몇년 전 감기가 걸렸을 때는

좌우측 코가 100% 완전히 차단되었다.


그러니까, 무조건 입으로만

숨을 쉴 수 있다는 얘기다.




평소에는 괜찮았다.


문제는 밤에 잠을 잘 때였다.




밤에 잠을 잘 때,

입을 벌리고 입으로 숨을 쉬는 사람은 없다.


보통은 가볍게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쉰다.


자다가 입을 벌리면서

코를 골거나 할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는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쉰다.




양쪽 코가 100% 막힌 채로

밤에 잠을 자려고 하니

충격적일만큼 놀랐다.




코로 숨을 쉬려니 양쪽이 100% 막혀서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무조건 입으로 숨을 쉬어야 했다.




그런데, 늘 코로 숨을 쉬다가,

억지로 입을 벌리고 숨을 쉬려니

정말 답답하고 미칠 지경이었다.




다음 날 아침 9시가 되자마자,

이비인후과에 가서 증상을 얘기했다.


이비인후과에서 코와 목에 약물을 뿌리고,

코에 기구를 넣어서, 막힌 콧물을 완전히

빨아냈다.




난 그때 신세계를 경험했다.




코가 100% 막혔다가, 완전히 100% 뚫린

그 엄청난 해방감을 맛보았다.


정말, 살면서 이렇게 개운한 느낌을

가져본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났다.




그렇게, 코를 뚫고 약을 타서

집에 돌아오는 길...


30분도 안되서 양쪽 코는 완벽하게

다시 막혔다.


내 감기 증상이 그런거였다.




그때 떠올랐다.




그동안 살면서 내가 무시했거나

경시했던 그 많은 사람들의 말들이...




환절기만 되면 비염이 심해서 미치겠어요.

비염 때문에 도저히 집중이 안 되요.

비염 때문에 예민해져요.




난 비로소 그들이 그때 내게 했던 말들,

그때의 그들의 심정을 100% 이해했다.




자신이 겪은 것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가진 어리석음일까?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성향일까?




겪은 것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세팅값이라면

겪어보지 않고도, 상대의 말만 듣고도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은

얼마나 크고 대단한 능력일까 싶다.


지극히 편협한 인식을 가지며 살아가는

나 자신이 너무 답답해지는 경험이었다.

양쪽 코가 100% 막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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