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김치만 같아도

좋겠습니다.

by 영순

나는 김치 이파리를 좋아한다.

줄기부분은 맛이 없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김치가 매워서 물에 헹궈서 먹었고,

이파리보다는 사각거리는

줄기부분을 먹었었다.




언제부터 이파리를 더 좋아하게 된걸까?




성장하면서 매운 음식을 좋아하게 되고,

매운 양념이 더 묻어 있는 쪽은

줄기부분이 아니라 이파리이기 때문에

줄기 부분을 어느 순간부터

좋아하게 된 것 아닐까?




이유야 어찌되었든

난 김치 이파리를 좋아한다.




아내가 김치 한통을 썰어서

반찬통에 넣어둘 때

아내는 줄기부분을 아래에 놓고

이파리를 윗부분에 올린다.


너무 너무 좋다.

좋아하는 걸 먼저 만나니까.




만약, 내가 좋아하는 이파리가

바닥에 깔려있고, 싫어하는 줄기가

위에 있다면 아빠라는 사람이

아이들 보는 앞에서 김치를 뒤적이면서

이파리만 골라서 먹을 수도 없고,

맛있는 이파리를 보면서도

줄기를 먹어야 하니 먹을 때마다

답답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면

웃음이 피식난다.




어쨌든, 아내가 김치를 새로 썰어서

반찬통에 담아놓으면 난 기분이 좋다.


양념이 듬뿍 묻어 있는 이파리를

밥에 올려서 먹을 생각을 하면 말이다.




문제는 이파리를 다 먹었을 때다.




이파리를 다 먹고 나면 반찬통의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줄기부분이 보인다.


아이들 보는데서, 줄기 부분 먹기 싫다고

이파리를 꺼내달라고 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묵묵히 다 먹어야 다시 새로운 김치가 나오고,

이파리를 만날 수 있다.




이파리를 빨리 만나는 방법을

고민해봤다.




아빠로서의 체면도 무너지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이파리를
빨리 만날 수 있는 방법




그것은 바로 줄기 부분을

빠르게 먹는 것이다.




아마 우리 식구 중 누구도 모를 것이다.

이파리 먹는 속도보다,

줄기 부분을 먹는 속도가 더 빠른 것은,

줄기 부분을 좋아해서가 아니고,

줄기 부분을 최대한 빨리 먹어야

아내가 새김치를 썰것이고,

다시 맛있는 이파리가 나올테니까...




인생도 꼭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싫어하는 줄기부분을 다 먹으면

그 다음에는 좋아하는 이파리가 나오는 인생...


이파리를 더 빨리 만나고 싶어서,

줄기부분을 더 열심히 마주하고 먹는다면,

이파리가 더 빨리 나오는 인생...




끝을 모르는 어두운 인생 터널에서

너무 힘들어 지쳐 쓰러질때면

난 인생이 딱 김치만 같았으면 어떨까 하는

아이같은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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