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시골

할머니 댁

by 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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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댁은 시골이었다.

논이 있었고, 소를 키웠고,

아궁이가 있었다.




대청마루가 있었고,

개가 있었고, 자두나무가 있었다.




가끔 광에서 나오는 쥐가 무서웠고,

소가 무서워 외양간을 돌아다녔고,

개가 무서워 만지지도 못했지만,


할머니 댁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이 너무 많다.




겨울이면 비료 포대로 눈썰매를 탔고,

아궁이에 감자, 고구마, 밤을 구워먹었고,

여름이면 대청마루에 누워 옥수수를 먹었다.




빗물 떨어지는 처마를 보며 감자부침개를 먹었고,

수박을 먹고는 마당으로 던졌다.




화장실에 가기 싫어, 대충 마당 한켠에 오줌을 누었고,

논에 우렁이를 손으로 잡았다.




나의 할머니 댁이
203동 1408호였다면 얼마나 슬펐을까




아니구나.

있는 추억이 없다고 생각하니 슬프지,

애시당초 추억이 없는 채 자라면,

그것이 슬픈줄도 모르겠구나.


글과 사진 -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