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36일의 여정
이제 마음 아파하는 동생의 고통도 줄여주었고, 그로 인해 내 마음도 훨씬 가벼워졌으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베트남으로 떠날 일만 남았다. 보통의 해외여행은 4박 5일이 일반적이지만, 내 여행의 목적은 관광이나 잠시의 휴식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으므로, 좀 더 오래 머무르기로 마음 먹었었다.
동생이 여행 경비로 준 돈은 모두 300만원이었다. 베트남의 물가를 대략 파악해보고, 이 돈을 모두 쓰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보자, 30일 정도가 나왔다. 그래서, 한 달살이를 하기로 하고,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예약하려고 보니, 며칠 더 머물러야 비행기 표를 훨씬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그래서, 나의 베트남 여행은 36일로 정해졌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내였다. 아내 역시 힘든 여정을 겪고 있는데, "왜 그렇게 오래가? 난 안 힘들어?"라고 하면, 마음이 너무 무거워질게 뻔했기 때문이다. 아니, 무거워지는게 아니라 짜증날거 같았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다. 아내의 큰 저항이 없다면, 아니 있다하더라도 그것만 넘으면 모든 준비는 끝난다.
퇴근한 아내에게 말했다. "내가 잠시 있을 곳은 베트남으로 정했어. 36일간 베트남에 머무르려고 해."
아내는 짧게 대답했다.
"그렇게 해요."
다행이다. 큰 마찰없이, 큰 다툼없이, 큰 상처를 주고 받지 않은 채 떠날 수 있어서.
신에게 분노했던, 5년간의 꼬이고 가라앉기만 했던 사업
희망없는 세상을 보여준 극심했던, 2년간의 자식의 사춘기
극단적으로 치달았던, 2년간의 아내와의 갈등
모든 것을 그대로 둔 채
난 며칠 뒤 공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