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기 전 베트남에 갔습니다. #13

공항 선택

by 영순

인천공항을 통해서 나가면 면세점에서 볼거리도 많고 살 것도 많고, 여행가는 기분 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돈을 쓰면서 즐겁지도 않고, 볼거리가 다양하다고 마음이 새로워지지도 않는다. 게다가, 나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데 그런 그들을 보면 내 자신이 초라해져 더 우울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청주공항을 택했다.




청주공항은 그야말로, 딱 공항의 역할만을 할 뿐 볼거리도 없고 살 것도 없었다. 그러자 갑자기 우울해졌다. 마치 텅 비어버린 내 마음 같아서, 기본적인 기능만 겨우 하는 나 자신 같아서.




우울하지 않을 길을 선택했는데, 그 길 역시 우울한 길이었다. 공항이 문제가 아니었던 거다. 내 마음이 문제였던 거다. 내 마음이 어두우니, 내가 있는 곳 어디에서도 같은 어두움을 끌어들이는 거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되는 걸까? 방법도 모르는데 나 자신을 사랑하면 되는 걸까? 매일 벌어지는 일이 끔찍하도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 뿐인데, 내 마음을 밝게 만드는 건 어떻게 하는거지? 베트남에 도착한다고 해서, 그곳에서 밝음을 찾아내고 밝음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휴..... 이런 저런 생각이 반복되고, 지난 몇년간의 일들이 슬라이드처럼 재생되자 내 마음은 가장 깊은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이륙시간은 2시간이나 남았는데, 우울한 생각들로 2시간을 당하고 있어야 하나? 생각을 멈추는 방법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