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참아도
어젯밤에 미리 실컷 울어둔 효과가 컸다. 동생을 보고 차에서 내려, 동생쪽으로 걸어가는데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이제 몇 발자국만 더 가면, 동생이 코앞인데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신기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미리 울어서 그런거라기보다는, 형으로써 동생에게 마음 아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눈물을 억지로 억지로 눌러서 그런거 같았다.
동생 앞으로 바짝 다가섰고 난 미소 지어주었다. 그런데, 몇초만에 동생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는 거였다. 그러더니 동생은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내게 어깨 동무를 하고 방향을 돌려 걸어가며 말했다.
형. 잘 있었어?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날 보고 눈물 흘리는 동생을 보니,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미리 울어둔 것도 아무런 소용이 없고, 형으로써 눈물을 참은 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형이 먹고 싶은 것을 먹자며, 골라서 들어간 술집에서 우리는 만나지 못했던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아니, 내가 동생에게 말하고 동생은 계속 듣고 있었다. 놀란 눈으로. 걱정스러운 눈으로.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동안 동생은, 내가 만나주지도 않고, 말수도 줄고, 연락도 하지 않았기에, 많이 아팠을 것이다. 아니, 많이 아파했다.
난 이야기를 적절히 조절했다. 실제 생긴 일 중에서 강도가 너무 세지 않은 것, 그 중에서도 조금은 다행인 이야기들을 적절히 섞으며 말했다.
거의 2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은 동생이 말했다.
"형. 정말 다행이다. 난 정말 형이 거의 폐인처럼 사람 다 못 쓰게 됐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오늘 보니, 내 걱정하고 다르게 그래도 형이 잘 버티고 그래도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그날, 나는 모텔을 잡아서 20년만에 동생과 함께 잤다. 장거리 운전에 술 한잔 했던터라 동생은 1분만에 코를 골며 골아 떨어졌다.
나는 잠들지 못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오늘 잘 했다. 너무 많이 울지 않았고, 너무 걱정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많이 웃으려 했던 것. 그리고 동생이 안도하는 것을 보니 정말 잘 했다. 속 시원하게 내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꺼내면 후련할것 같지만, 막상 그러고 나면 후련하지 않을거다. 지금 이렇게 마음이 좋은거 보면.
다음 날 나는, 떠나는 동생을 잘 배웅했다. 동생 차가 눈에서 사라지고 나니, 그제서야 눈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