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내린 감정
며칠 뒤, 동생이 보낸 여행 경비가 도착했다. 베트남 동의 모든 화폐가 몇장씩 들어있었고, 나머지 90%는 달러였다. 현지에서 달러를 베트남 동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좋기에 그렇게 했다고 한다. 계산을 해보니 한화 250만원 가량이었다.
그리고, 50만원이 충전되어 있는 체크카드가 하나 더 들어있었고, 봉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형. 그동안 너무 힘들었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형만 생각하다 와. 돈 생각 절대 하지 말고, 먹고 싶은거 다 먹고,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와. 부족하지는 않을거야. 형은 엄마, 아버지보다 내가 더 의지하는 사람이고, 나한테는 부모같은 형이야. 난 형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 그러니 형만 생각하다가와. 돈 걱정 절대하지 말고. 그리고 돈 부족하면 나한테 바로 말해.
중학교 글씨 이후로 하나도 변하지 않은 동생의 삐뚤삐뚤한 글씨를 30년만에 보니, 적힌 글의 내용을 보니, 내 감정은 다시 쏟아져 내렸다.
한참을 펑펑 울었다.
사업과 자식의 사춘기로 고통스러운 터널을 지나고 있던 나는, 무너지지 않으려고 더 깊은 곳으로, 더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었고, 감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눈물도 참고, 슬픔도 참고, 절망도 참으며 걸어왔는데 동생의 편지에 버티고 버티며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려던 내 감정이 전부 쏟아져 내렸다.
나를 보며, 동생도 너무 많이 아프고 힘들었겠구나. 이번에 동생이 해주고 싶다는 것을 받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구나.
카톡도, 통화도, 만남도 거절하며 살아온 몇년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한참을 그렇게 울고 나서, 동생에게 카톡을 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아무 일도 없는 듯.
지금 여행 경비 받았어. 야. 무슨 돈을 이렇게 많이 보냈어. 고마워 잘 쓸게.
근데, 나 베트남 가기 전에 우리 볼까? 술 한잔 할래? 형이 가는 건 너무 힘들 거 같아. 이번엔 니가 올래?
응. 형. 내가 갈게. 어디든, 언제든 말만 해. 내가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