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를 위해서
저렇게 약한 볏집으로
저 무거운 메주를 버틸 수 있을까?
곰팡이가 하얗게 올라오는데
저걸 먹어도 되는걸까?
하지만, 드디어 메주가 완성되어
항아리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그때부터는 세상을 접수한다.
간장과 된장이 되어
세상속으로 들어간다.
강원도에서는 막장이 되고,
식당에서는 쌈장이 되고,
집에서는 된장이 되고
종갓집에서는 백년을 내려가는 씨간장이 된다.
내 삶은 여전히
답답하고 더운 아랫목에 있는 메주 같다.
내 삶은 여전히
추운 겨울 바깥에 걸려있는 메주 같다.
내 삶은 여전히
어두운 항아리에 갇혀있는 메주 같다.
내 삶은 여전히
곰팡이만 가득한 메주 같다.
하지만, 언젠가 나의 때가 되면,
나는 더 이상 덥거나 춥지 않으며
곰팡이도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혹독한 전반기 메주 인생을
이 악물고 버티고 있다.
후반기 메주 인생을 위해서.
글과 사진 -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