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담과 분노
다낭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 15분이었다. 짐을 찾아 걷다보니, 와이파이 유심을 판매하는 여직원들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맞다. 난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한국에서 도망치듯 베트남으로 왔지. 맞아. 유심이 필요하다.
유심을 하나 구매해서 다시 길을 걷는다. 기분이 조금씩 좋아진다. 한국어도 종종 보이지만, 같이 내린 사람들이 사용하는 한국어가 종종 들리지만, 온통 베트남 글자와 영어, 외국인들이 가득하다.
그래. 여기는 한국이 아니야. 내가 고통 받던 한국, 내가 고통 받던 한국어가 사라진거야.
Grab이라는 앱을 실행시켰다. 유일하게 미리 준비한 앱이었다. 카카오택시처럼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Grab 승차 지점을 물어물어 찾아갔고, 다행히 잘 잡아타고 호텔에 도착했다.
무기력하게 앉아 졸고 있던 프론트 남자직원이 여권을 확인하고 싸인을 하게 하더니 방 열쇠를 주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20년전 한국의 모텔이 나왔다. 제법 실망했다. 예약할때의 사진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짐을 한쪽에 밀어두고, 신발을 벗으려니, 신발을 벗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집과 숙소들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방으로 올라가는데, 베트남 호텔은 그렇지 않았다. 침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도 신발을 신는 문화이다. 옷을 벗고 씻고 몸을 뉘일 때는 방의 깨끗함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온방을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한다 생각하니, 좀 예민해졌다. 이런 것도 모르고, 슬리퍼도 안 챙겨왔는데 말이다.
대충 씻고 나와, 휴대폰 충전기를 꼽으려고 하니, 모든 콘센트가 망가졌나보다. 어느 것도 꽂아지지 않는다. 다시 옷을 입고, 프론트로 내려가 남자 직원에게 말하니,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겨우 이해를 시켰는데, 옮겨줄 방도 없다고 한다.
방으로 다시 돌아와 문을 여니, 바퀴벌레 2마리가 기어가고 있었다.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바퀴벌레가 나온다고? 급한대로, 얼른 밟았다. 휴지를 가지러 욕실에 가니, 욕실에서도 바퀴벌레가 나왔다. 휴지를 가지고 다시 방으로 와서 아까 밟은 바퀴벌레를 처리하려니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곳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하아~
나는 감정적으로 폭발했다. 이게 나의 첫 날이라고? 36일 여정 중의 첫날밤이라고? 첫날 숙소비용을 버린다 생각하고 짐을 싸려고 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45분이었다. 지금 나가서 다시 숙소를 알아보고, 다시 짐을 풀고 잠을 잔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화가 나서 속은 부글부글 끓는데,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시 옷을 벗고 조용히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온통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았고, 부스럭 소리가 어디서 나면 예민해졌다.
그렇게 나는 꼬박 밤을 새다시피 했다.
내 인생만 왜 이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