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여행 원칙
밤을 새다시피 뒤척이며 첫날밤을 보냈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한 일은, 씻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아니었다. 새로운 숙소를 알아보는 일이었다. 첫 숙소를 3일을 예약했기에 더 잘 수 있지만, 이 상태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컴플레인을 하고 환불을 하고 실랑이를 하는 것도 할 수 없다. 내 마음이 바닥인 상태로 베트남에 왔는데 옥신각신하며 에너지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았다. 시원하게 그냥 버리고 나왔다.
새로운 숙소로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바퀴벌레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숙소의 전체적인 상태를 유심히 살피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불을 끈채로. 바퀴벌레는 어두울때 나오니까. 그렇게 십여분을 앉아있었는데, 바퀴벌레는 나오지 않았다. 호텔의 위상상태도 괜찮은 듯 했다.
그제서야, 피로가 몰려왔고, 배가 고팠다. 아침을 먹으려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베트남에 여행을 오는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카페에서 정보를 얻어, 가야할 식당, 사야할 물건, 물건을 깎아야 할 기준 가격표, 가야할 장소, 동선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짜고 간다. 자유여행이지만, 거의 모든 게 정해져 있는 여행이다. 즉, 가이드 없는 패키지 여행이나 다름없다.
반면, 나는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 그냥 베트남으로 왔다. 다만, 확고한 원칙은 몇 개 세워두었다.
첫째, 한국인들이 없는 곳으로만 간다.
한국인과 한국어를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이유는, 나에게 수년간의 고통을 준 나라, 언어,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도망친 베트남에서는 두 번 다시 보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식당이다. 한국인들은 베트남 관련 카페에서 정보를 얻고 가기에, 그곳에 가면 90%이상이 한국 사람이다. 즉, 직원만 베트남인인 한국 식당이다. 요즘은 한국에도 외국인 노동자를 쓰기에, 한국 식당과 구별이 안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길을 걷다가, 식당 안을 들여다봐서, 한국 사람이 없는 곳, 아니, 사람 자체가 거의 없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가 로컬 식당일테니까. 진짜 베트남 음식을 먹을 수 있을테니까. 한국 사람의 입맛으로 기울어진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될테니까.
36일의 베트남 여정 전체 기간 동안, 내가 갔던 모든 식당은 길을 걷다가 한국인들 없는 현지 식당으로만 갔고, 베트남 카페에 올려져 있는 사진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했고 맛이 기가 막혔다. 첫번째 원칙은, 무너진 나를 일으켜 세운 일등공신이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을 먹기 위해, 처음 눈에 띈 식당에 들어가서 쌀국수 하나를 시켰다. 1분만에 금방 나왔고, 뜨겁지 않고 따뜻해서 좋았고, 고기도 풍성하게 들어갔고, 국물은 시원했으며, 면도 맛있었고, 2,200원이라는 가격에도 놀랐다.
나의 첫끼가 나를 다시 행복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