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기 전 베트남에 갔습니다. #17

45분만큼의 기대

by 영순

청주공항에서 베트남까지 소요시간은 5시간 30분이라고 했다. 아직 도착하려면 1시간이나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기내 방송이 나온다. 곧 베트남 다낭 공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곧바로 시계를 봤다. 내가 뭘 착각했나? 베트남은 한국보다 2시간 빠르다고 해서, 2시간 빠르게 시계를 맞춘 것 뿐인데, 내가 시간 계산을 잘못 했나? 1시간씩 일찍 도착할리가 없는데...




몇번을 계산해봐도, 출발한지 4시간 30분된 지점에 기내방송이 나왔다.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제 내리는구나. 공항에 완전히 도착하여 비행기가 멈추는데까지 걸리는 15분간, 이유를 생각해봤다. 1시간 가까이 비행시간이 단축된 이유를.




기장이 일찍 퇴근하고 싶어서 과속을 했을까? 비행기 예매 사이트와 어플이 전부 1시간씩 잘못된 안내를 하는 걸까? 설마,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난리치는 한국인들 때문에 미리 1시간 넉넉하게 잡아놓고 일찍 도착하는걸까?




답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발생했던 떨림, 먹먹해졌던 귀, 만났던 난기류가 모두 내 인생 같아서 우울했었는데, 1시간 일찍 도착한 것도 같은 선상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긴 고통의 터널도, 생각치도 못하게 빨리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끝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 절망을 한순간에 희망으로 바꿔주면 얼마나 좋을까?




절망의 깊이가 얼마이든 상관없이 희망이 피어오르면 그 빛은 깊은 절망의 골을 순식간에 채운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 제발 내 인생도 그랬으면...




베트남 공항에 내리자, 그 나라에서만 나는 특유의 냄새와 온도, 습도가 나를 마주한다. 일찍 도착한 45분만큼 나는 기대감에 들떠 주변을 둘러본다.


베트남 36일 여정의 첫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