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비행기 3
난기류를 만나 기체가 흔들리는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나는 지금의 상황과 나의 인생이 꼭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통제 불가능'하며, '내 의지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통제 불가능'과 '빠져나갈 수 없음'이 합쳐지면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기에, 영혼을 완전히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어렸을 적부터, 성실하라, 노력하라, 끈기를 가져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자라 귀에 딱지가 앉았다. 그리고 나는 타고난 성격이 아버지의 교육에 부합했기에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 덕분에 평범한 인생이지만, 그래도 제법 잘 걸어왔었다. 이게 나의 유일한 재능이었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노력을 제외하면, 나는 그 어떤 재능도 없었고, 머리도 좋지 않았고,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무기를 수십 년에 걸쳐서 강화시켜왔다. 당연히, 시간이 갈수록 나의 무기는 정교해졌고, 강해졌다. 발달하는 기술은 그런 나의 무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었다.
나의 무기로 도저히 클리어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스테이지를 만났다. 내가 아무리 무기를 휘둘러 스테이지를 마치려고 해도, 직원들이 나와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았다. 화면 한쪽에서 자식이 나타나 내 무기보다 더 강력한 사춘기라는 무기를 휘둘렀다. 그렇게 직원과 자식은 무참하게 나를 쓰러뜨려갔다.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내는 나의 부탁대로 나를 돕지 않았다. 나에게 직접 무기를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나를 돕지 않으므로 인해서, 적을 유리하게 만드는 상황을 멈추지 않았다.
모두가 적이었다.
처음으로 완전히 무기력해졌고, 무너졌다. 성실, 노력, 끈기라는 무기가 전혀 먹히지 않는 스테이지에서 적들의 무기는 너무나 강력했다.
제발, 이번 스테이지가 끝나기를, 에너지가 많이 닳아도 좋으니, 제발 내 무기가 먹히는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길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바랐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내가 믿는 신도, 내가 철저히 무너져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관전자들은 말했다. 신에 대한 믿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신에게 뜻이 있을거라고 반드시 응답해줄거라고. 신의 때는 사람의 때와 다르다고.
문제가 생기면 자동차는 얼른 차를 세우고 내리면 그만이지만, 비행기는 절대로 내릴 수 없다. 정해진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는 절대로 내릴 수 없다. 내 인생과 꼭 같다.
여전히 기체는 흔들리고 있다. 제발 내리고 싶다. 내 인생의 이번 스테이지에서도, 흔들리는 지금 이 비행기에서도.
주변을 둘러본다. 모두가 태연하게 잠을 자거나, 음식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본다. 나만 이렇다 나만. 내 인생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