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2
첫번째 숙소에서 바퀴벌레로 밤을 꼬박샌 이후, 나는 숙소를 정할 때, 호텔 후기를 100 여개 정도 살펴서, 바퀴벌레 이야기가 없는 것을 고르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후기를 100개 정도 꼼꼼히 읽으면 십중팔구 바퀴벌레 이야기가 나온다는 거였다. 즉, 호텔이 100 개면, 그중에 80 개에는 바퀴벌레 이야기가 있었다. 두번째 숙소는 20 개 중에, 바퀴벌레 이야기가 없으면서도 좋을 것 같은 데로 골랐다.
수많은 호텔 후기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호텔 측에서 바퀴벌레 퇴치에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퇴치할 수 없어 포기했거나 둘중 하나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평점이 어마어마하게 좋은 호텔도 후기를 읽다보면 십중팔구 바퀴벌레 이야기가 등장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바퀴벌레 이야기가 없는 나머지 20개에는 정말 바퀴벌레가 없는걸까? 아니면, 있는데 그걸 겪은 사람이 후기를 적지 않아 없는 것처럼 보이는걸까?
과연, 나는 베트남에서 바퀴벌레가 완전히 없는데서 잠을 잘 수 있는 것일까?
때론, 모르는 게 약이 되는 날들도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기에, 그것들이 우리 마음을 괴롭혀 고통을 주는 것도 많을테니까.
매운 것을 피하겠다고 하면, 한식의 절반을 포기해야 한다. 무염식을 하겠다고 하면, 음식의 간을 포기하는 것이다. 하나를 곧 죽어도 포기하지 못하면, 그것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것을 지키느라 많은 고통은 자연스럽게 수반 될테고.
지난 몇년 동안, 내게 고통을 줬던 많은 것들을 떠올려본다. 무조건 제거해야 하는 바퀴벌레로 본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직원들은 주인의식이 없고 시간만 때우다가 갑자기 그만두는 게 기본 속성인데...
자식은 사춘기를 겪을 수 밖에 없는데...
아내는 분명 나와는 다른 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