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의 만족
첫날 묵었던 바퀴벌레 나오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꼬박새며 느꼈던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로 인해, 나는 여행 시작부터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났었다. 하지만, 그것은 두번째날 잠들기 전까지 심했고, 두번째 숙소에서 자고 난 다음 날부터는 괜찮아졌다.
그리고 36일 여정을 마치는 날, 다시 첫날을 떠올려보았다. 이때 들었던 감정은, 충만하게 느껴지는 만족과 행복감이었다. 첫 숙소 이후, 베트남을 떠날때까지 여러 숙소를 옮겨다녔지만, 단 한번도 첫번째 숙소보다 더 나쁜 숙소는 없었다. 늘 만족했고, 행복했다. 옮겨다니는 숙소마다 저마다의 단점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 열쇠는 그거였구나."
가장 힘들었던 첫날의 끔찍함을 느끼면서, 나의 기준은 그 끔찍한 상태로 기본 세팅이 되었던 거다. 즉, 그 끔찍함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했고, 이후로 조금이라도 나아진 것이 있으면, 만족했고 행복했다.
고통스러운 시간들은 그 당시에는 돋보기를 쓰고 들여다보게 되고, 감정 역시 증폭되어 돋보기로 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듯 마음을 태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보면 고통의 시간이 길면 길수록 작은 긍정적 변화에도 민감해져, 즉시 기쁨과 행복이 피어오른다.
나는, 36일의 여정 마지막 숙소를 그동안 묵었던 숙소 중 가장 좋았던 곳으로 정해 7일을 머물렀다. 즉, 가장 최악의 숙소로 시작해서, 최상의 숙소로 마무리를 했던 것이다.
만약, 마지막 숙소를 베트남 여행 첫날 경험했다면, 나는 35일 내내 만족할 수 있었을까? 더 나은 호텔을 찾으려 노력하고, 더 나은 곳을 찾을 수 없어 내내 힘들어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에 다다르고 나니, 감사한 마음 마저 생겨났다.
그래. 지금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이후에 펼쳐질 긴 나의 인생여정 동안의 기준이 되어, 이후의 삶은 무엇이나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또 하루치 마음 치유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