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기 전 베트남에 갔습니다. #33

바디워시 1

by 영순

베트남에 머무르는 36일간 호텔을 몇번 옮기며 새로움을 경험했는데, 어느 호텔에는 바디워시의 향이 내가 싫어하는 향이었고, 또 어떤 호텔에는 아주 작은 플라스틱 통에 바디워시를 제공해 늘 양이 부족했다. 어떤 호텔은 샴푸와 바디워시의 구분을 해놓지 않아 난감하기도 했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새로운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때 말이다. 나는 아침을 먹고 한국인 관광객들이 필수 쇼핑코스로 간다는 유명한 마트로 향했다. 베트남에 머무르는 동안 사용할 바디워시를 사기 위해서다. 베트남에서만 파는, 내가 좋아하는 향으로 살 것을 생각하니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시원한 아쿠아향을 좋아하는 나는, 바디워시 코너로 가서 이것 저것 한참을 살펴보았다. 그 시간이 즐거웠다. 제품에 적혀있는 설명과 디자인이 내가 좋아하는 향일지 상상하면서 온전히 그 순간에 머물렀다. 드디어 골랐다. 샴푸와 바디워시 모두 가능한 제품으로 말이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무척 가볍고 설레였다. 제품 가격이 한국보다 싸다고 해도, 왕복 택시비를 더하면 훨씬 비싸지만, 나의 목적은 싸고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에만 있는, 내가 좋아하는 향의 바디워시를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았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나는 호텔을 다시 나왔다. 기대하는 마음과 들뜬 마음을 더 오래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설레임을 마음에 품고 바닷가 산책을 나갔다. 가끔 불어오는 바닷바람의 냄새가 시원하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내음이 호텔에 있는 바디워시에서도 나겠지?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를 때 우린 얼른 그 기대감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기대감이 만족이나 기쁨으로 이어지는 확률은 무작위다. 이럴 땐, 의도적으로 기대감을 연장시키는 것이 현명한 선택 아닐까. 설사 실망하더라도 기대하는 동안 설레이고 행복했을테니까.




바디워시의 향을 기대하면서 해가 질때까지 돌아다니던 나는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