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으로
베트남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타는 순간부터 동생에게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마치, 새로 사귄 애인에게 나의 모든 것을 알리고 싶은 사람처럼.
언제나 동생에게 카톡을 먼저 보내고, 장난을 치고, 놀리던 것은 형인 나였다. 둘다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도, 중학생들이 장난치고 놀리듯 우린 그렇게 지냈다. 그런 날들이 행복했다. 하지만, 나의 삶이 바닥으로 내려가고 내 무릎이 꺾여 쓰러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런 모습을 동생에게 보이기 싫어 점점 연락을 끊었다. 한 두 번이면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겠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동생에게 가슴 아픈 모습을 보여주느니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것이 가장 덜 아프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가 마치 중학생으로 돌아간 듯 동생에게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한창 일하는 것을 알면서도, 중요할 것 하나 없는 잡담과 사진을 보냈다. 답장을 못하더라도, 바쁜 와중에서도 내가 보낸 메세지와 사진이 도착한 것을 보면 동생 마음이 놓이겠지? 행복해지겠지?
내가 본 좋은 것들, 먹은 맛있는 것들, 경험한 신기한 것들을 실시간으로 동생에게 보냈다. 친한 남자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듯, 힘들게 일하는 상대를 놀리며 난 유리한 지점에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동생은 일하면서도 나의 모든 메세지에 틈틈히 답장을 해주었고, 20년전 우리가 취준생이었을때 주고 받았던 것처럼 똑같이 대화했다.
동생의 마음을 놓이게 하고, 그동안 나 때문에 마음 아팠던 것을 조금이나마 치유해주기 위해 보낸 메세지가 우리를 20년전으로 데려다주었다.
"형~ 형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형 메세지 받으니까 마음이 놓여. 우리 아주 오래전으로 돌아간 거 같아."
"응. 나도 그래. 20년 전에 시시껄렁한 농담하고, 놀리고, 약올리고 그때로 돌아간 거 같아. 니가 준 돈 다 쓰려면 아주 오래 걸릴 것 같다. 오늘 니가 준 돈으로 아침 먹고, 맥주 마시고, 옷도 좀 샀어. 고마워. 니 덕분에 형 마음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거 같아."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동생의 메세지에는 정말 안심하고 있고, 정말 기뻐하고 있고, 정말 행복해하고 있다는 것이 절절히 묻어 있었다.
그래서, 난 계속 동생에게 치료약(메세지, 사진)을 보냈다. 그 치료약이 나를 치료한다는 것도 알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힘들게 일하는 하루 종일, 상대가 먹은 음식, 가본 곳, 경험한 것을 듣고 보아도 행복해지기만 하는 것.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하루 종일 내가 겪은 모든 것을 잘 포장해서 상대에게 보내고 그가 행복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