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기 전 베트남에 갔습니다. #44

두번째 관문 고수 1

by 영순

베트남의 첫끼(쌀국수)는 아주 맛있게 먹었다. 쌀국수도 호불호가 나뉘어서 먹는 사람과 못먹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호기롭게 콧방귀를 뀌면서 먹었다. 하지만, 다른 식당에서 먹은 두번째 쌀국수는 달랐다. 고명으로 올려진 채소를 걷어냈는데도 국물에서 희한한 맛이 났다. 걷어낸 채소의 향을 맡아보니, 국물에서 나는 냄새와 같았다. 난 이때까지도, 그 채소가 고수라는 것을 몰랐다. 그저, 베트남 쌀국수에서 고수를 빼달라고 해야 먹을 수 있다는 소리만 들었을 뿐.




그 채소(고수)에서는 화장품 향이 났다. 화장품이래봐야 어렸을 적 엄마 화장품에서 맡은 냄새, 아내 화장품에서 맡은 냄새가 전부인데, 정확히 화장품 향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냄새가 났다. 이 냄새는, 향이 강하다는 깻잎이나 당귀에서 나는 냄새랑은 차원이 달랐다. 한약재에서 나는 쓴맛이나 강하게 치받치는 맛이 아니라, 매우 인공적이고 비릿한 냄새가 났다. 결코 음식에 넣어서는 안될 것이었다.




베트남에 있는 동안 '한국 음식은 먹지 않겠다'고 호기롭게 여행 원칙을 세워뒀었는데, 베트남 음식에 이렇게 화장품 냄새가 난다면 나는 과연 36일간,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한단 말인가.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기꺼이 경험하겠다는 내 의지를 꺾고, 한국 음식과 고수 사이의 어정쩡한 음식만을 먹어야 한단 말인가.




어쨌든, 나는 베트남에서의 두번째 쌀국수를 어찌어찌 먹었다. 또 다른 식당에서, 세번째 쌀국수를 먹을때 얹어진 채소는 또 다른 모양이었으며, 또 다른 화학약품 냄새가 났다. 내가 무찔러야 할 적은 고수만이 아니었다. 그 채소는 또 뭐란 말인가. 베트남에서 힘든 건 고수 아니었나?




베트남 여정이 하루 하루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베트남에서 독하고 인공적인 화학약품 향을 뿜는 채소는 총 3가지였다. 첫번째는 베트남의 국민 채소 고수, 두번째는 타이바질, 세번째는 자소엽이었다. 타이바질 역시 고수 못지 않은 향이 났고, 자소엽은 깻잎처럼 생겼는데 극단적으로 독한 향이 났다.




고수만 안 먹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갑자기 우울해졌다. 거북하지 않으면서, 한국음식이 아닌 음식을 먹으려면, 고수, 타이바질, 자소엽을 모두 먹지 않아야 한다. 나오는 채소야 그렇다지만, 이미 국물에 우려낸 음식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태국에서 마주한 두번째 관문은 결코 쉽지 않은 상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