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2
베트남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고, 먹는 그 어떤 음식도 맛있게 먹으려고 했건만, 고수는 그럴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살면서, 향이 강한 여러 채소를 먹어봤지만, 고수는 진짜 결을 달리했다. 두번째로 고수를 먹었을 때, 나는 직감했다. 이것은 적응할 수 있는 채소가 아니라는 것을. 깻잎, 당귀, 참나물, 방풍, 미나리, 쑥갓처럼 먹다보면 먹을 수 있는 그런 채소가 아니라는 것을.
그렇다면, 베트남 음식의 대부분을 먹을 수 없다는 얘기인데. 갑자기 좀 우울해졌다. 마음의 치유를 위해서, 무엇이든 기꺼이 그리고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한 내 결정이 이틀만에 고수 때문에 깨지게 생겼다.
그리고 지난 날들을 떠올렸다. 깻잎을 처음 먹었던 것은 초등학생 때였고, 한 번 먹고 난 이후 다시 먹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추보다 깻잎을 더 사랑한다. 그 과정은 어땠었지? 싫으면서도 가끔 한 번씩 먹다가, 서서히 스며들어서 결국 잘 먹게 된 것 같다.
당귀는 또 어떤가. 당귀는 채소가 아니라 한약재에 가깝다. 써도 너무 쓰다. 그런데 나는 깻잎이 줄 수 없는 그 향을, 당귀에서 얻는다. 당귀를 처음 먹었을 때를 기억한다. 너무 써서, 두번 다시 먹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그랬다. 근데, 나는 지금 당귀를 너무 즐겨먹는다.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향이 너무 싫지만, 그저 가끔 먹던 행위가 몇 번 반복되지 않았을까?
깻잎과 당귀도, 처음부터 얼씨구나 맛있게 먹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가끔 한 번씩 다시 시도하다가 익숙해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생각에 머무르자, 고수 역시 그게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식탁에 놓인 고수를 다시 조금 먹어 보았다. 맛과 느낌은 여전했다. 매우 이질적인 화장품 향이다. 이건 적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휴...
식당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그래. 딱 3일만 노력해보자. 딱 3일만. 그래도 역겨우면 그만두자. 지금 멈추기에는 경험하고 싶은 베트남 음식이 너무 많아. 지금 멈추면, 베트남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김치 찌개 먹는 사람하고 뭐가 달라. 만약, 성공한다면 내가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베트남 음식 전체가 될거야."
이때는 베트남 3일차 아침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왔을 때였다. 남은 33일동안 맛의 풍요로움을 결정지을 중요한 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