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기 전 베트남에 갔습니다. #43

그 많은 눈물 5

by 영순

세상을 살면서 눈물을 흘렸던 적은 많지만, 이렇게 멈추지 않고, 나 자신과 나의 삶에 대해서 서럽게, 아프게, 슬프게, 울어본 적은 없었다.




2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흘렀던 눈물이 드디어 멈췄다. '드디어'라고 해야할지, '겨우'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제 바닷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 바닷가에 온 그 이유를 위해서. 걷다보니, 마음이 너무 홀가분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너무나 가벼운 느낌이었다.




드라마나 영상에서 서럽게 꺽꺽거리며 우는 것을 보면 이질감을 느꼈었다. 그런 모습을 보기 싫었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감정을 잘 추스르면 될 일이지, 뭐가 그렇게 억울하고 뭐가 그렇게 슬프다고 우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때 나오는 눈물이, 콧물이, 음성이 난 보기도 듣기도 싫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그러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힘들 땐 마음껏 울어도 된다는 말을 듣게 되면, 그 이질적인 우는 이미지가 떠올라서 싫었다.




눈물이 나기 위해서는 이전에 어떤 감정이 느껴져야 하는데, 울지 않으려 했던 나는, 눈물 이전에 느껴졌던 감정을 무시해야 했다.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모른 척 해야 했다. 그래야 울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 감정은 모른 척 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 결국 어딘가에서 아파하며 숨어 있다가 더 크게 몰려온다는 것을 베트남의 그 바닷가에서 알게 되었다.




그 어떤 감정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 그 감정이 일으키는 신체반응이 싫다고 해서 그 감정을 모른 척 해서는 안된다는 것, 우리 마음에서 느끼는 그 다양한 감정은 우리 마음을 건강하게 보호하기 위한 경보 장치일 수 있다는 것, 우리의 신체는 그런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훌륭한 도구라는 것을 반평생을 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눈물로 비워진 마음의 무게는 새털처럼 가벼웠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힘이 났다. 잘해볼 수 있는 힘, 좀 더 버틸 수 있는 힘.




우린 방법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힘을 내라고 조언한다. 그저 힘내라는 말보다, 그 사람 가슴에 쌓인 눈물이 한가득은 아닌지, 울 곳, 울 장소, 울 때를 찾지 못해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내가 그 역할을 해주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여전히 나는 마음 아픈 중환자지만, 먼 훗날 내가 건강해지면, 누군가의 마음에서 눈물을 덜어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가 힘든 건 외부 사건이나 사람이 아니라, 마음에 쌓여있는 눈물의 무게때문은 아닐까?




실컷 울고 난 나는, 지금 방의 문을 열고 나와 다음 '치유의 방'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