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세요.
중고등학생 시절은 물론,
20대가 되어서도 난
검은색과 회색 옷만 입었다.
내성적이었던 나는,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으면
이목이 집중되는 것 같았고,
뭔가 불편하고 긴장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늘 어둡고 칙칙한 색 옷만 입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중고차만 타던 나는
꿈에 그리던 새 차를 드디어 샀다.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신 빨강색이
나의 첫 차 색깔이었다.
볼 때마다, 탈 때마다, 내릴 때마다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중년 남자가 타는 새빨간 차.
어린 시절부터 눌러온 것이
중년이 되어서 올라온 것이다.
세상 사람은 날 그렇게 쳐다보지도 않고,
나에게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눌러서 눌러지는 거면
누르면 된다.
하지만,
눌렀지만 언젠가 올라오는 거라면,
눌렀지만 더 크게 올라오는 거라면,
누르지 않는 게 좋다.
우리 마음은 누르고 억압하지 않는 게 좋다.
수십 년을 살고 얻은 작은 지혜다.
글과 사진 -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