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온도가 더 중요합니다.
연일 날씨가 너무 춥다.
영하 10도는 예사로
내려간다.
밖을 걸어다니기가
너무 춥다.
얼굴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문득, 어렸을 적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는,
눈오는 겨울날
하루 종일 밖에서,
눈싸움하고 눈사람 만들고,
연 날리면서
어떻게 놀았을까?
배가 고파서
가끔 밥 먹으러 집에 들어갈 뿐,
추워서 들어가는 게 아니다.
심지어, 눈싸움의 여파로
옷과 양말이 젖어도
그 상태로 몇 시간을
더 놀았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지금은, 1분만 밖을 걸어도
얼굴과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말이다.
오늘 날씨 예보를 보면서,
'체감 온도'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
우리에겐 실제 온도보다,
체감 온도가 더 중요하다.
실제 온도가 영하 10도인데,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인 때와
바람이 몹시 부는 때는
체감 온도가 엄연히 다르다.
이런 상황이면,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속도도 다를 것이다.
즉, 세찬 바람이
영하 10도의 날씨를
영하 20도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삶이,
나의 처지가,
영하 10도인 겨울을 지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가볍게 던지는 말 한마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함정,
누군가의 배신,
도와주지 않는 하늘,
번번히 안 좋은 패가 뽑히는 운명
이 모든 것들은 세찬 바람이 되어,
우리 마음의 온도를
더욱 낮춘다.
버텨내기가 너무 힘이 든다.
이런 겨울을 지나는 사람은
따뜻함이 필요하다.
사람이든, 난로이든 말이다.
타인을 향한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누군가의 겨울을
더욱 차갑게 얼려버릴 수도 있으니까...
다시 어린 시절을 생각해본다.
그땐 정말, 바람 한 점 없고,
햇살이 너무 따뜻해서,
딱, 실제 온도만큼의
영하 날씨여서 하루 종일
놀았던 걸까?
그 수많은 겨울 날들이
어떻게 전부 그럴 수 있었겠는가.
너무 놀고 싶으니까.
너무 재밌으니까.
추운것도 모르고,
배고픈것도 모르고,
콧물 흘려가면서,
손과 발이 꽁꽁 얼어가면서,
하루 종일 그러고 놀았던거다.
내 마음이,
그 추운 겨울을
하나도 춥지 않게,
아니 춥지만
모두 기쁘게 견딜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바꿔 버린 것이다.
그렇게 어렸을 때도
가능했던 일이,
이미 내가 가졌던 능력을,
지금 발휘하지 못하리란 법이 어디 있는가.
이런 능력은 20년 전,
시험 전날 외웠던 지식이 아니라,
자전거 타기와 같아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마음이 그렇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