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꼭 치워야 하듯

우리 마음도 그러합니다.

by 영순

오늘 아침 출근을 하려고 보니

차 앞 유리창에

지난 밤 쌓였던 눈이 있어

와이퍼로 닦았다.


함박눈이 내릴 때,

기온이 영하로 몹시 추울 때,

운전을 해보면,

와이퍼로 눈을 닦는만큼

앞유리창 좌측에 눈이 계속 쌓여간다.


눈이 쌓인 단단함이

와이퍼가 미는 힘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내릴 때는

10분 정도 운전을 하다보면,

운전석 앞 유리 좌측의 눈이 쌓여서

시야를 방해하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에는

내려서 눈을 제거해줘야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왜 와이퍼를

우측에서 좌측으로

닦이게 해놓은거야?


반대 방향으로 만들었으면

이런 일이 없잖아."


난 이 생각을

눈이 많이 올때마다

한동안 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보조석 측 앞유리를 보니,

와이퍼로 닦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처럼, 우측에서 좌측으로

와이퍼가 작동하면,

우측에는 닦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생긴다.


와이퍼 자체가

1년에 몇 번 안 내리는

눈을 닦기 위해

고안된게 아니고,

비를 닦기 위해 고안 된것이면

이게 맞다.


이 방향으로 닦아야,

운전석 쪽에는

안 닦이는 부분 없이

100% 완벽하게 닦인다.


와이퍼는,

운전자의 시야확보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조 장치 아니던가.




난 비가 올때는

와이퍼가 잘 작동한다거나

고맙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다가,

쌓이는 눈이 내릴때,

좌측으로 쌓이는 눈을 보고

"아니 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닦이게

만들어 놔서

이걸 이렇게 불편하게 해?"

라는 생각을 했었다.


처음에 이것을 만들 때,

눈과 비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면,

더 자주 발생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말이다.


와이퍼는 잘 닦이면서,

시야 확보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운전석은 닦이지 않는

구역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안되는 것이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처음에 어떤 일이 발생하면,

그것이 나에게 입히는

불편함과 피해를 먼저 생각하고,

탓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내,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고,

화가 난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이나,

더 깊은 의미를 알고 난 후에도,

여전히 내가 한 생각들과

내가 느낀 감정이 옳을까 싶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나중에야 깨닫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나의 생각과 판단,

내가 느낀 감정들이

틀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오늘 아침 와이퍼를 닦으며

쌓이는 눈을 보며 생각했다.




더불어,

우리 마음도

이렇게 한쪽에 눈이 쌓이면

앞이 잘 보이지 않을텐데,

주기적으로 닦아줘야 할텐데,

어떻게 하면

말끔하게 닦아주는 건지

아직 잘 알지 못해,

내 마음한테 미안하다는 생각도 했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