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퍼도 이런데

우리 삶은 어떻겠어요?

by 영순

지난 밤

하얀 눈이 또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밖을 내다 보니,

아파트 단지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이번 겨울에는

눈도 참 자주 온다.


출근을 하려고 밖으로 나가니

비가 오고 있었다.


와이퍼로 비를 닦으며

출근을 했다.


와이퍼 작동을 위해

레버를 한 칸 내리자

닦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래서 레버를 한칸 더 내렸다.

그랬더니 이번엔,

닦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다시, 원래대로 한 칸 올린 후,

속도 조정을 위해

동그란 부분을 돌리며

속도를 조절했다.


그러자, 비가 내리는 양과

내가 원하는 속도로

와이퍼가 작동했다.


하지만, 신호등을 지나 속도를 내자,

속도에 맞게 와이퍼 속도는

더 빨라졌다.


신호등에 걸려 속도가 줄어들면

와이퍼 속도도 함께 줄어들고,

신호등을 지나 속력을 내면

와이퍼 속도도 함께 올라갔다.


그런데, 이게 내가 보기에

딱 맞는 속도가 아니다.

고속도로에서 일정한 속도로

계속 달리면 상관없겠으나,

시내 주행에는 맞지 않다.


비의 양보다 속도가 너무 느려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어떤 경우에는 너무 빨리 닦여서,

꽤나 거슬린다.


그래도, 안보이는 것보다는

잘 보이고 거슬리는게 낫기에

고정된 속도로 빠르게 닦으려고

레버를 두 칸 내린다.


하아~ 이젠,

출근하는 내내

그 긴 시간 동안

빠르게 닦이는 와이퍼를

보며 견뎌야 한다.


게다가, 와이퍼는 교체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삐걱삐걱 소리가 난다.


너무 거슬려서

다시 와이퍼 속도를 줄이자,

내리는 비에

앞이 잘 안 보인다.


휴.............




내가 수십년 인생을 살아보니

우리 인생도 똑같은거 같다.


비 내리는 날씨와

내리는 비의 양은

1%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주어진 상황이다.


나는 내 차의 주인이자 운전자이며,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내 차는 모든 것이

내가 조작하는대로 작동한다.


하지만, 단순한 비의 양,

와이퍼의 속도도

나는 거슬리고,

짜증나고, 불편하다.


게다가, 내 삶에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자주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타인이라는 운전자들이

도로에 가득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온통 통제 불가능한 것 뿐이다.


날씨도, 와이퍼도,

다른 운전자도.


젊을 때는 화가 났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기력해졌다가,

더 나이가 들어가면,

삶이 그런 것임을 깊이 깨닫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차분하고 평온한 인생을

살게 되는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닐까?




아니, 더 예민하고,

더 짜증내고, 더 분노하며,

주변 사람들을 베면서

나이 들다가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멋지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온통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채워진 이 세상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삶을 충만하게 즐기고,

담담히 걸어가면서

많은 것에 감사하는 것 아닐까?




내리는 비의 양과

와이퍼가 이런데,

나의 직장 상사,

내가 채용한 직원,

사춘기 자녀,

시부모를

어떻게 내 마음대로 통제하며

삶을 꾸린단 말인가?


그들은 절대로,

단 1%도 통제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말도 안되는 지시를 하는 상사,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일을 망치는 직원,

말도 안되는 행동을 일삼는 사춘기 자녀,

말도 안되는 상처를 준 시부모

모든 것이 엉망인 것 같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상처받지 않고 멋지게 나이드는 것은

어쩌면 받아들이며, 인정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삶도, 타인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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