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바뀐 것 같습니다.

ENFP 였을 거 같아요.

by 영순

내가 가장 답답하고 철없게 보는 것이,

혈액형으로 사람을 분류하는거다.


"그치? B형이지?

그럴 줄 알았어. AB형이라서 그렇구나."


정말 한심해보이기까지 하다.


아니 혈액형이 수십억 명의 사람들의

복잡한 행동 양상과 심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고작 4가지 가지고.




이에 반해, MBTI는

훨씬 더 사람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물론, 두 유형에 경계선에 있거나,

시간에 따라, 환경에 따라

바뀌어가는 것을 설명하지 못하는 등의

단점은 논외로 한다.


물론, 무슨 말만 하면,

무슨 행동만 하면,

"그치? T지? 그치? F지? 하며

과거의 혈액형 분류로 전락시켜서,

사후 확신 편향을 만들어내는

그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싫긴 하다.




나는 MBTI에서 ISTJ이다.

검사를 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 그냥 맞출 정도이니,

얼마나 두드러지는 성향이란 말인가.


심지어 2개는 100%이다.

2개는 80%이고...


얼마나 극단적인 성향이란 말인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의 심리에 대해 공부하면서

내면의 아이, 심리, MBTI 그 모든 것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나의 마음과 성장환경을 돌이켜보면서

지금의 ISTJ는 진짜 나 자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이런 말들을 많이 들었다.


왜 이렇게 덜렁거리냐?

왜 이렇게 빠뜨리고 다니냐?

왜 이렇게 계획성이 없냐?

남자 자식이 왜 이렇게 눈물이 많냐?


그리고 그런 말들을 할때,

아버지의 표정, 어투, 어조는

마치 놀리거나 비아냥 거리는 것과 같게 느껴졌다.


그 느낌이 정말 너무 너무 싫었다.




타인이 절대 만지지 말았으면 하는,

신체 부위를 계속 만지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나는 20살이 되어서도,

아니 20살이 훌쩍 지나서도,

덜렁거리고 빠뜨리고,

잊어먹고, 지각하고,

무계획이었다.


감성적이고, 여리고,

눈물이 많았다.




그러나, 내 나이 30살이 되었을 때,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었다.


매사에 철두철미했으며,

계획적이었고,

모든 일을 미리미리 했으며,

빠뜨리거나 늦는 법이 없었다.


그런 모습이 직장에서도

높이 평가되었다.




드디어 나는 30년이 걸려서

나 자신을 바꾼 것이다.




나는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타고난 본성을 거슬러
모든 것을 바꾸어어야 했을까?




그건 아마도,

주양육자로부터 인정과 사랑, 칭찬이 아니라,

놀림, 비난, 모욕감을 받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비난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결국 나를 바꾸었다.




30살 이전의 나를 떠올려보면

분명히 난 ISTJ가 아니다.


2개는 100%, 2개는 80%의 결과로

ISTJ가 아니었다.


난 ENFP였을 것 같다.




그렇게 나 자신을 바꾸었는데,

슬프고 비극적인 사실들이 몇 개 있다.




첫째, 사는 동안 무척 고단하고,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나의 내면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하며

비난했기 때문이다.




둘째, 아버지 마음에 드는

아들이 되었는데,

이젠 더 이상 아버지는

그런 것을 요구하지도 않을 뿐더러,

많이 늙으셨고,

1년에 몇 번 만나지도 못한다.




셋째, 과거의 내 모습과 같은

사람을 직장에서 보면,

견딜 수 없이 화가 난다.


왜 그럴까?

과거의 나와 같은 모습이면,

측은하고 안쓰러워서

더 챙겨줘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어서 비난받았던

나의 과거가 떠올라,

그 모습을 보면 견딜수가 없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100%에 가까운 ISTJ로 산다는 것은

사회생활에서, 업무적으로 득이 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렇게 타고 태어나지 않은

내가 그렇게 사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른다.




나를 그렇게 만든

아버지를 탓하고 원망할게 아니라

내면의 감시자로써

평생 나 자신에게 가혹하게 군,

내면의 목소리, 바로 나 자신이 정말 문제다.




이걸 깨닫고는 나 자신에게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너무 가엽고 불쌍해서....



그제서야 치유가 조금씩
시작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