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남자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by 영순

어제 운전을 해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번화가의 대로변 바로 뒷 편의

빌라 밀집지역이었고,

이런 곳이 늘 그렇듯,

2대의 차가 동시에 지나갈 수 없어,

한대의 차는 뒤로 후진을 해야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때의 상황은 상대방 차가

후진을 해야하는 상황이어서,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내 좌측에는 빌라에서 내놓은

각종 쓰레기들이 있었는데,

50대 정도의 한 남자가

20리터들이 빨간색 음식물 쓰레기통

뚜껑을 열어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 남자를

당연히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으로 인식했었는데,

코를 박고 냄새를 맡기에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어서

자세히 보게 되었다.




그 남자는

나무 젓가락으로 그 안을 뒤적이더니,

식빵 하나를 집어 올리곤

다시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난 그때 알았다.




이 사람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그 남자는,

그 식빵을 씹어먹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음식물 역시

뒤적여서 집어내고 있었다.




나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남자는

노숙자나 걸인이라고 여길만한

어떠한 옷차림, 외모도 아니었다.




매스컴에서 수없이 접하는

불우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식을 이미 알고 있지만,

번화가의 빌라 밀집 지역에서,

보통 차림의 50대 남성이

음식물 쓰레기통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드디어, 내 앞차는 후진을 마쳤고

난 그곳을 지나가야 했다.

내 뒤에 차도 있었으므로...




난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고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가정 폭력이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든,

끔찍한 사건 현장이든,

길 고양이가 차에 치이는 장면이든,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눈으로 보는 충격적인 일들은,

우리 마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또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구나...




20살의 나였다면,

어떻게든 그 남자에게 가서,

돈을 건네며 따뜻한 음식을

사먹을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30살의 나였다면,

그를 위해 마음으로 기도하며,

나의 삶 하나하나에 감사하며,

내 마음을 바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마음은

너무 복잡하다.




그 남자에게 건네는 작은 돈은

그 남자의 불행에서

잠시 따뜻한 5초간의 온기일뿐,

그 남자의 불행한 삶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걸

나는 너무나 잘 안다.




그 남자가 용기를 내고,

열심히 살아 사업에 성공하고

내 이야기를 자서전의 한 페이지에

적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허구의 드라마나, 수십만권의 책 중 한권에

가끔 나올법한 이야기다.




그를 위해 마음으로 기도하면,

과연 신이 그를 도울까?


삶을 살아오면서,

그토록 간절히 청했던 기도가

얼마나 이루어졌던가....


나의 기도에 힘이 있던가?




그를 보며

나의 삶 하나 하나에 감사하는 그 잠깐은,

내 삶을 온통 덮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

내 주변에서 나보다 훨씬 잘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없애버리는데,

과연 5초간의 감사가 의미가 있을까?




내 마음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순수함을 잃은걸까?


힘든 삶때문에

모든 것을 검은색 안경을 쓰고

해석하는 걸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정리되지 않고,
결론지어지지 않는
많은 물음표들이
가슴에 쌓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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