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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Dec 19. 2022

중앙아시아 단상 - 우즈베키스탄(1)

이색적인 이슬람 문화, 그리고 향신료 내음

코로나19 시대, 3년 만의 첫 해외 방문!

이미 모두가 빗장 풀고 국경을 드나들고 있지만,

우물 안에 머무른 시간이 3년 된 나는 걱정이 앞섰다.


"마스크 안 껴도 문제 없을까? 중앙아시아는 과연 괜찮나?"


2022년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후

국내의 러시아 사업은 모두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전환됐고, 그 덕에 나도 2022년 11월

생각하지도 못한 중앙아 2개국(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출장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마스크 없이 전혀 다른 세상에 꿈꾸듯 갔다온 기분마저 든다.


한때 소련이었던 이 지역은 러시아와 문화권도 다르고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곳.

그래도 아무 기록 없이 지나치긴 아쉬워, 약간의 겉핥기식(?) 단상을 우즈베키스탄부터 남겨보기로 했다.




1. 실크로드와 목화의 나라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지도

중앙아시아 주요국 중 우즈베키스탄은 이른바 '-스탄' 국가들과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내륙국가다.

사막 있고 비교적 따뜻한 기후이며, 실크로드의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동과 서로 길쭉하게 펼쳐진 영토는 소련 붕괴 이후 형성된 국경으로,

독립국 우즈베키스탄에는 민족 대다수를 차지한 우즈베크인 외에도 아랍계, 타지크, 고려인 등의 민족도 거주한다.


이색적인 이슬람 문화

타슈켄트를 벗어나 서부로 갈수록 토착민이 형성한 이슬람 문화 색깔이 짙어는 느낌이 이색적이다.

한 시대를 주름잡은 아미르 티무르의 황금도시 사마르칸트, 실크로드의 중심 부하라, 히바 칸국의 수도였던 히바 등 황금기를 지냈던 곳들도

이제는 모스크와 미나레트(탑), 메드레세(이슬람 신학교) 등 당시의 찬란한 유산으로 남아있을 뿐. 

14세기 유라시아 지역을 평정한 티무르 제국(1370-1507)의 영광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 그래도 여전히 감탄이 터져나올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간직하고 있다.

메드레세(신학교) 내 아름다운 천장 무늬
메드레세 밖과 안 모습
아미르 티무르 왕족 무덤이 있는 구르 에미르 영묘

또 우즈베키스탄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구름같이 몽실몽실한 '목화'!

소련 시절부터 우즈베키스탄은 목화 농장을 운영해오면서 정착 생활을 했다. 지금도 목화는 효자 원료로 국부의 기반이 되고 있.

목화 재배(출처: uz.sputniknews.ru)

해마다 목화 재배 시즌이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목화 수확에 강제 동원되던 때도 있었다. 예전에 듣기로는 단순히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에겐 '목화 방학이 있다'고만 이해했는데, 어린이 강제노역은 물론 심한 노동력 착취로 인한 희생자들도 있었다니 인권 문제가 심각했구나 싶다. 다행히 지금은 사라졌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 레스토랑 차이호나 흘로폭 로고. 목화 그림이었다.

생각해보면, 러시아에 갔을 때 우즈베키스탄 식당에 방문한 적 있는데 식당 이름이 '차이호나 흘로폭(Чайхона хлопок)'이었다. 해석하면 '목화 카페'! 알고 보니 스토랑  우즈베키스탄의 상징성이 드러난 것이었다.


2. 우즈베키스탄 다양한 언어 생활


언어 문화가 우리와 좀 다르다.

지금은 모국어로 우즈베크어를 공식적으로 쓰는데,

공용어로는 러시아어, 민족에 따라 추가로 타지크어, 페르시아어  구사할 줄 안다.

이렇게 모두가 기본적으로 2가지 이상의 언어 줄 알아서 그런지, 현지인만나면 좀 혼란스럽기도 하다.

무슨 언어로 물어야 할지, 알아듣기나 할지, 이들끼리는 대화가 잘 통할지...


2007년 우즈베키스탄에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해도 타슈켄트에서 대부분 러시아어가 통했지만, 지금은 좀 상황이 달라졌다.

고려인을 제외하고 젊은 사람 중에서는 러시아어 할 줄 아는 이를 찾아야 할 정도라, 러시아어 의사소통도 쉽지 않아 보인. 지방 도시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러시아어 구사자를 찾기 어렵다.

열차에 적힌 우즈베크어 표기(타슈켄트-부하라)

문자도 시대마다 달라졌다.

우즈베키스탄은 1900년도 초까지 아랍 문자를 차용해 쓰다가

소련 시절 러시아어와 함께 끼릴 문자를 썼고,

지금은 라틴 알파벳으로 우즈베크어를 표기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O'zbekiston, 타슈켄트는 Toshkent로 표기하는 식이다.


국가적으로도 모국어 장려를 오랜 시간 이어왔, 

특히 러시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있으니 당연한 변화인 것 같다.

출장중 방문한 기관의 간판. 우즈베크어로 적혀있어 알아볼 수가 없다.

우즈베크어는 우리와 같은 알타이어족에 속해 언어의 유사성 덕분에 서로 쉽게 배울 수 있다고들 한다.

실제로 한국어 배운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유창하게 우리말을 정말 잘해서 깜짝 놀랐고, 그제서야 그 말이 이해가 갔다.(물론 이들의 한국 체류 경험도 많다.)


K-pop 을 비롯 한국 문화콘텐츠의 확산과 함께 세계적으로 한국이 유명해진 요즘 시대에, 

길거리에서 우리 보고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반기는 현지인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을 만나는 순간 '나중에 공용어 한국어를 쓰면 어떨까?' 하는 기분 좋은 생각도 잠시 해본다.


3. 우즈베키스탄의 음식


이슬람 국가에서는 돼지고기와 술이 금지된다.

우즈베키스탄도 마찬가지. 래도 아주 엄격한 이슬람은 아니라서, 알코올 음료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은 종종 다.

숯불에 구운 고기

해외에 나가도 현지식 늘 잘 먹는 편인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초반에 적응하기 어려워 식사를 양껏 하지는 못했다.


이곳 주식 다름 아닌 고기, 특유의 향은 덤이다. 러시아에서 샤슬릭(숯불에 구운 꼬치 고기요리)을 먹을 때면 주로 돼지고기로 먹곤 했는데,

돼지를 금하는 이곳에선 양고기를 자주 먹게 된다.

양고기는 숯불에 구워도 조금은 냄새가 남아있고 여기에 향신료까지 더해지니, 육질은 맛있게 씹히지만 향을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기에 스민 이 향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필요다.


소위 '기름밥'이라 부르는 '플롭' 또한 향신료 내음이 가득 우즈베키스탄 볶음밥이다. 

항상 큰 솥에 다량으로 볶아내는 것이 특징인 플롭. 적절한 기름기에 간도 잘 맞아 맛은 있는데, 한 입만 먹어도 바로 특유의 향이 느껴진다.


                                                                            우즈베키스탄식 상차림. 오른쪽이 플롭.

우즈베키스탄식 상차림. 오른쪽이 플롭.


현지식 만두 쌈싸도 마찬가지로 속에 든 고기맛이 한결같다. 살짝 향이 난다.

쌈싸와 각종 만두

이렇게 아무리 우리도 잘 먹는 고기와 쌀이라지만, 

현지식에 스며든 특유의  좀처럼 하기 어렵.

그래도 한끼 두끼 자주 접하고 먹다니,

도 모르게 우즈베키스탄의 향 적응.


이처럼 우즈베키스탄의 주식은 고기요,

함께 먹는 것은 향 내음이라.




우즈베키스탄 호텔. 창문의 문양마저 이슬람 사원 내 패턴 같다.


 같은 이질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도시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옛날 소련의 분위기,

보안 강화 명목으로 국가기관 등 사진 촬영이나 노출에 민감해 통제가 심하다는 점,

사람들이 착하고 아직 아날로그적인 문화인 점 등은

러시아와 연관시키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보면 옛날의 내가 우즈베키스탄에 끌렸던 이유도 기에 있다.

2007년의 우즈베키스탄 여행 이야기는 다음으로 남겨겠다.

아기자기한 우즈베키스탄 기념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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