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는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
요즘은 시간이 왜 이리 빠르게 가는지 모르겠다.
벌써 2026년 첫 달이 끝나간다.
올해를 시작하며 했던 다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바쁘고 피곤하고 챙길 것이 많다는 이유로 계속 외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흔 됐다며 알지 못할 내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처럼 붙잡을 수 없는 게 시간이다.
물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여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시간표로 살아가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고 있지 않다고 해서,
직장 안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지 않다고 해서,
편하기만 한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다.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과제는 늘 사라지지 않는다.
전공분야 러시아도 내 40대에 한몫 중이다.
끝나겠지 생각했던 전쟁,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리다 몇 년이 흘렀고, 새로운 걸 좀 해볼까 그림도 그리고 영상도 만들어 보고 이것저것 조금씩 간만 보다가 또 시간이 지났다. 역시 새로운 걸 하기에는 능력이나 감각은 좀 부족하다.
여러 가지를 해보며 든 생각은, 내가 만든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보여주기란 참 부끄럽고 쉽지가 않다는 점이었다. 나보다 훨씬 잘 하고 잘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물론 내가 소심해서 그럴 것이고, 혹여 남들과 생각이 다르거나 사실이 다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남들에게 떳떳하지 못해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누구라는 이야기를 하려면 '저는 어디서 일하는 누구에요'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부가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친구들, 일반적인 40대들은,
'체면'이란 걸 가지고 산다.
국어사전에서 얘기하는 체면이란 '남을 대하기 떳떳한 도리나 얼굴'이다. 어쩌면 나에겐 그런 것이 부족해서 자꾸 설명하려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비록 어딘가에 소속된 사람은 아니지만 충분히 이런 것들을 선보일 만한 사람이다! 뭐 그러한 설명들? 하지만 사람이 꼭 어디 소속되어야만 떳떳한가 싶기도 하다.
내 또래들은 체면치레하며 잘 사는 것 같아 보인다. 그게 어쩌면 사람들과의 교류가 가장 많은 그 나이대 최고의 명품이겠지.
하지만 나 같은 상황이라면 사람들 앞에서 당당해지기 위해 체면보다는 '자존감'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체면'은 남들을 향한 나의 자세이지만, '자존감'은 내 스스로를 향한 존중의 자세이니 말이다.
난 지금의 내가 좋다.
(단지 조급한 마음만 버리면 참 좋겠다. 그마저도 남들로 인해 생긴 것이니..)
나는 삶의 가치관에 따라 흔들림 없이 열심히 살고 있는 그런 사람이다. 조금은 다르게 살고 있어 아무래도 다른 이들보다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고 돈은 좀 덜 벌 수도 있다. 그뿐이다.
한때는 일부러 남들처럼 똑같이 살려고도 해봤지만, 맞지 않는 옷 입는 격.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 한다.
다양한 기회를 통해 나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부끄러워할 필요도, 움츠러들 이유도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에게 늘어놓는 내 핑곗거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잘 산 것 아닌가?
문득, 나도 모르게 들이닥친 40대에...
내 자신이 부끄러웠던 그 시간들에게 미안해서,
스스로 선택한 소신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자존감'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진짜 명품을 저 깊숙한 곳에서 꺼내 올려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