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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Jun 14. 2018

모스크바의 자랑, 메트로

대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그물망의 힘!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면적은 2,561㎢, 서울의 6배가 넘는 크기로 대도시!

러시아 인구의 9%가 이곳에 거주한다. 거대한 땅덩이에 비해 꽤 많은 사람들이 밀집된 모양새다.

러시아인은 누구나 이 모스크바에 사는게 꿈이다. 치솟는 물가와 집값만 봐도 진입 자체가 참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동경의 도시 모스크바는 2012년 그 면적이 2.4배 늘었다.

수도 남서쪽 구역을 "신 모스크바(Новая Москва)"라 칭하고 모스크바 행정 구역에 편입시킨 것이다. 이러한 수도권 확장은 투자와 개발로 이어졌고, 지금도 계속 지하철이 놓이고 공원이 조성되고 도로가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모스크바 지도는 사뭇 낯설기까지 하다.


모스크바와 신 모스크바(붉은 실선). 트로이츠키 구와 노보모스콥스키 구가 신 모스크바에 해당된다. (출처: www.ria.ru)



날로 새로워지는 모스크바의 자랑거리,
지하철(метро 메트로)!


거대해진 모스크바를 움직이게 하려면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어야 한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도시 사방으로 뻗어있어 구석구석 이동하기 좋다. 자동차로는 모스크바의 극심한 교통 체증에 지치게 되겠지만, 지하철을 타면 러시아 현지 체험 만큼은 제대로 할 수 있다. 분명 톡 쏘는 경험이 될 것!


그럼 이제 지하철 타러 한 번 가볼까?   




지하철은 밑으로 다니니까 '미뜨로(метро)'


고등학교 러시아어 시간에 단어 잘 기억하는 방법으로 선생님이 알려준 멘트가 아직도 생각난다. 프랑스나 다른 나라에서도 지하철을 '메트로'라 부른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긴 했지만!


선명하게 빨간 'M'는 모스크바 지하철역이다. 건물 1층에 입구가 있는 '프로스펙트 미라' 지하철역. 너무 예쁜것 아닌가?


모스크바 지하철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역사가 깊다.


모스크바 메트로는 1935년 5월 싸꼴니끼(Сокольники)-빠르끄 꿀뚜리(Парк культуры) 구간, 아호뜨니 랴뜨(Охотный ряд)-스몰렌스까야(Смоленкая) 지선 개통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되었다. 지금은 무려 14개 노선과 252개 역으로 구성되는 그물망이나 다름없다.

보기만 해도 복잡한 모스크바 지하철 노선도

그 거대한 그물망의 하루 이용객은 9백만 명을 넘어 거의 모스크바 인구수(1,251만 명)와 맞먹는데, 그만큼 지하철은 많은 시민들이 애용하는 교통수단인 것이다.


역사만 깊은 것이 아니라 가는 길도 매우 깊다.


모스크바 지하철역은 깊게 위치한 그 존재만으로도 방공으로 사용되기 충분했다. 

러시아에선 '대조국 전쟁'이라 부를 만큼 엄청났던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독-소 전쟁 당시엔 지하철역이 방공호로서 많은 시민들을 보호했다. 그 깊은 땅 속만이 독일군의 공습으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는 장소였던 것.


대조국 전쟁 당시 방공호로 사용된 마야콥스카야 역(출처: mosmetro.ru)


그래서 유난히 깊은 모스크바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한참 땅 속으로 내려가야 한다. 거기다 에스컬레이터는 어찌나 가파르고 또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계단이 별도로 없어 에스컬레이터를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긴장하고 박자를 잘 맞춰 발을 올려야지, 자칫하면 넘어질 것만 같다.


모스크바 지하철 타러 가는길. 에스컬레이터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깊고 가파르고 길다.


터널 같은 길을 내려오면 플랫폼이 나온다. 역마다 차이는 있는데 꽤 많은 역들이 박물관 같은 아름다운 내부를 자랑한다. 모스크바 지하철역만 투어하는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니 발품 팔고 다녀보면 직접 느낄 수 있을 것.

아름다운 키옙스카야 지하철역 내부(출처: m.fishki.net)


철컹철컹 철컹철컹 뿌와아아앙-


지하철이 굉음을 내며 들이닥친다.

짧게는 90초, 길게는 몇 분만에 오는 러시아 지하철은 배차간격이 참 착하다.




지금도 오래된 열차가 다니는데, 탈 때마다 마치 거대한 장난감 기차에 올라 옛날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든다.

구식 열차일수록 덜그덕 소리는 더 뚜렷하게 들리고, 내부 쾌적함은 좀 떨어지지만 오래된 나무 색 덕에 분위기가 있다. 달릴 때 심하게 흔들려 객차간 이동은 못하게 막혀있다.


덜컹덜컹! 모스크바 지하철의 오래된 열차 모습(출처: vistanews.ru)


노선의 차이는 있지만 모스크바 지하철은 역과 역 사이가 평균 14.5km로 꽤 긴 편이다.


그렇다 보니 긴 거리를 가는 동안 가장 불편한 건,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정도의 굉장한 소음이다. 

특히 구간이 아주 길 때는 열차가 더 속도를 올려 날아가는 것 같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시끄러움이 극한에 달할 때 쯤이면 이러다 열차가 '펑'하고 터지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가 엄습하기도 한다.


환승은 지하철 색깔을 찾아서 가면 된다. 단, 사람 그림에 금지 표시된 표지판 방향으로 가면 역주행이다.


모스크바 지하철 환승 구간은 참 잘 되어 있다.


서울에선 "종로 3가"가 1, 3, 5호선 모두 같은 이름을 쓰지만, 모스크바에선 환승역이 노선별로 각자 다른 이름인 곳이 많아 헷갈릴 수 있다. 그래도 일단 색깔과 방향만 잘 찾아가면 된다. 갈아타러 가는 길은 일반 성인이 걸어가기 딱 적당한 거리! 우리나라처럼 긴 환승 구간은 별로 못봤다.

모스크바 교통 1회권 티켓(지하철, 버스, 트롤리버스 등 통용)

또 모스크바 지하철은 구간별 요금 책정이 아니라 횟수별 가격(회당 55루블, 약 1,100원)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모스크바에서 지하철만 탔다 하면 왠지 최대한 멀리 더 나가 보고 싶단 기분이 드는가 보다.







믿기 힘들겠지만,

불과 십 여년 전만 해도 모스크바 지하철은 지저분하고, 살인 강도에 무섭고, 거대한 개떼가 득실거린 곳이었다. 늘 주변을 의식하며 가방은 아기 품은 마냥 가슴에 안고, 누가 선로에 밀어 떨어뜨릴까봐 근처엔 가지도 않았다.


지하철역 내부라고 하기엔 참 멋스럽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이제는 제법 깔끔해 보이는 도시인들이 지하철을 타고 바쁘게 일터로 간다. 스마트폰을 보며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나 같은 외국인은 그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지하철역 개떼는 사라졌고 역도 주변도 깨끗해졌다.


신식 열차들이 다니고, 객차 내 무선 인터넷이 연결되는가 하면 영어 안내판이 보이고 영어 안내 방송도 나온다. 도시 북동쪽엔 짧게 모노레일(13호선)도 있다.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다.


그리고 2016년,

지하철 노선에 또 한 번의 혁명이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지하가 아닌 지상철, 모스크바 중앙 순환선(МЦК)인 14호선이다.


아쉽지만 또 다른 열차 이야기는 다음으로 넘기겠다.


열차를 빼면 할 이야기가 없는 거 보니 러시아는 과연 열차의 나라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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