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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Jun 20. 2018

러시아 수도 크게 둘러보기

모스크바 중앙 순환선(МЦК)이 선사하는 열차 여행 기분

러시아 빼고 열차를 논하지 말라.


러시아인에게 가장 친숙한 이동수단 열차, 그중에서 기꺼이 도시인의 두 발이 되는건 바로 메트로(지하철)다.

서울처럼 출퇴근 시간 수많은 인파 속 열차에 몸을 구겨 넣고 어둠과 소음을 견뎌내는 그 느낌,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우리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지상 구간이 많아 그나마 바깥 구경하기 좋다. 그러다 이따금 2호선 타고 잠이라도 들면, 처음 출발 지점 근처로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땐 정말 제대로 숙면한 거다.

 

엇, 한 바퀴 돌았네?!


이렇게 문득 돌고 돌아 다시 온 느낌이 드는,

거기에다 바깥 풍경까지 감상하며 갈 수 있는,

그런 순환선이 바로 모스크바에 있다.


교외 철도처럼 생긴 순환선




오랜 역사와 높은 접근성을 자랑하는 모스크바 지하철.


대부분 땅 속을 달리기 때문에 내가 어디쯤 왔는지 안내 방송에만 의지할 뿐, 보통 사람들은 잠을 청하고 스마트폰이나 책을 들여다 본다. 여전히 창밖은 깜깜하고 철컥철컥 시끄러운 소리에 그저 멍해질 뿐.


하지만 2016년 개통한 모스크바 메트로
14호선, 이건 정말 '신선한 세계'다.


서울 2호선처럼 원래 모스크바 지하철 순환선은 5호선 하나였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 그보다 더 길고 광대한 14호선 순환 라인이 짠! 하고 등장했다.


덕분에 지하철 노선도도 한층 복잡해졌다. 작고 큰 두 개의 원 중심으로 노선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그림이 연출됐다. 그만큼 모스크비치들의 활동 반경도 차츰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모스크바 지하철 노선도. 안쪽 작은 순환선이 원래의 5호선, 그리고 바깥쪽 커다란 순환선이 2016년 개통한 14호선이다.


이 새로 생긴 커다란 순환선은 '모스크바 중앙 순환선(Московское Центральное Кольцо: МЦК)',

현지어로는 줄여서 '엠쩨까'라 부른다.


모스크바 중앙 순환선 플랫폼 전경


기존의 메트로와 다른 점은, 전구간 지상철이라는 것이다.


바깥 구경과 함께 모스크바를 크게 돌아볼 수 있으니 이만한 도시 유람이 따로 없다.

구불구불 모스크바 강을 몇 차례 건너고, 때로는 너무나 도시적인 풍경, 때로는 시골스럽고 휑한 광경, 가끔은 공장 지대도 보인다. 그냥 무작정 앉아 창밖을 보며 가다가 마음이 당기는 특정 포인트에서 다른 노선으로 환승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스크바 중앙 순환선의 깨끗한 열차 안. 출입문에 붙은 동그란 버튼을 눌러야 출입문이 열린다.


좌석은 지하철과 다른 구조로 되어있다.


시설은 우리나라 고속열차(KTX) 느낌이랄까? 물론 속도는 그보단 훨씬 느리다.

'라스또치까(Ласточка)'라는 신식 열차가 다니는데, 보통 순방향과 역방향 좌석이 섞여있다. 놀랍게도 화장실이 있다는! 많은 사람이 승차하더라도 쾌적하고 깨끗해 좋다. 러시아를 좀 아는 사람이면 ‘모스크바에 이런 열차가?’ 어리둥절할 거다. 자칫 신선한 모습에 감탄하다 제때 못 내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여기선 도착 시 출입구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열리는 시스템. 왜 내 출입문은 안 열어주냐고 항의하진 마시길.


14호선을 타러 모이는 승객들


'엠쩨까' 역은 대체로 환승 지하철역에서 좀 거리가 있는 편이다.


지하철에서 '엠쩨까'로 환승할 땐 역 바깥으로 나와 짧게는 2분에서 길게는 12분 정도 걸어 찾아가야 한다. 커다란 노선도엔 친절하게 도보 소요시간도 적혀 있기도 하다. 역이 있는 장소까지는 지도와 안내판을 미리 숙지하고 가야 헤매지 않을 것. 아니면 눈치껏 승객 무리가 특정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포착해 그들만 쫓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모스크바 지하철 노선도를 자세히 보면 사람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도보 소요 시간이 적혀있기도 하다.


단, 지하철 승차 시 찍고 들어온 티켓을 소지하고(1회권이라도 환승하려면 버리지 말 것) 90분 이내로 갈아타야 무료 환승이 가능하다. 지하철 티켓 횟수당 가격도 여기선 한계에 부딪힌다. 하염 없고 기한 없는 지하철 여행도 1시간 30분 안에는 끝내야 1회로 쳐주는 것.


지상철에서 본 모스크바 풍경 이모저모1: 도시, 강, 공장이 보인다.
지상철에서 본 모스크바 풍경 이모저모2: 평범한 모습, 자연의 풍경이 보인다.


이처럼 모스크바 중앙 순환선 승차는

새로운 분위기 가운데 조용히 러시아 수도를 크게 둘러보고 싶다면 꽤 만족스러운 방법인 것 같다.

처음 이 중앙 순환선을 체험삼아 반만 타봤는데, 한 번 타보니 좋아서 나머지 반도 일부러 시간 내서 또 타게 됐었다. 물론 방향에 따라 도시가 주는 분위기와 풍경, 느낌은 조금씩 달라 생각보다 별거 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 속 열차 여행하는 것처럼 풍경을 감상하며 그냥 흘러가는대로 가는 그 느낌, 그 매력이란! 말해 뭐해, 직접 타봐야지!




철도 박물관이 러시아 주요 도시에 몇 개 있다.

거기만 가봐도 수많은 열차에 눈이 돌아가고 감탄이 절로 난다. 역사도 깊고 아름답다. 러시아는 충분히 열차 분야만큼은 자부심 가질 만하다. 그래서 남북이 연결되면 앞으로 쭉 뻗어나갈 철로도 더욱 기대된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지하철,
그리고 모스크바 중앙 순환 지상철까지!


이제는 어떤 철길이든 상관없이 그 길을 따라 러시아 대국을 끝없이 달릴 수 있을 것만 같다.

귀가 찢어질 정도로 시끄러운 지하철의 소음부터 덜컹대는 열차의 고요한 흔들림까지 내겐 익숙하다. 철길 위 모든 것이 러시아적이다.


러시아에서 모든 길은 '로마'가 아니라 '모스크바'로 통한다 했던 말은 아마도 철길에 해당될 것 같다.

횡단열차 타고 모스크바까지 와서, 이곳 지하철에 지상철까지 온갖 철도를 섭렵하여 보면, 왜 길이 모스크바로 통할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준비가 한창이던 모스크바 마네쥐 광장 근처


모스크바의 잠재력은 가늠할 수가 없다. 철길 외에도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이 많은 곳!


분명 이 멋진 도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한층 더 도약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 모스크바 여정이 더욱 기대되고 또 기다려지나 보다.



★ 게재한 모든 사진들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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