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대부분 시원스쿨 러시아어 '한러수교 30주년' 온라인 토크콘서트에서 언급했거나, 7월 중 업로드 예정인 '탁PD의 여행수다 시즌2' 팟캐스트에서 썰로 풀어낼 얘기들이다.
Q1.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블라디보스토크부터 모스크바까지 유럽과 아시아(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여 이어지는 철길이다. 길이는 무려 9,288km로 지구 둘레의 약 4분의 1인 셈이다. 19세기 제정 러시아가 국가적으로 동진 정책으로 제국을 완성하고 수도에 몰린 인구를 분산시키고자 1891년 철도 건설을 시작했고 25년 만에 완성했다. 당시 시베리아에서 군인, 포로, 죄수 등을 동원하여 변변한 건설 장비 없이 오직 사람의 힘과 원시적인 도구만을 사용하여 철길을 깔았다는 점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덕분에 시베리아 벌판에 대도시가 형성되었고, 대조국 전쟁(독일 소련 전쟁) 때는 인력과 무기를 운송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Q2. 시베리아 횡단열차 경험은 어떻게?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러시아 사람들의 일상적 이동 수단이자, 많은 여행자들의 로망이 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쉬지 않고 달리면 최소 6박 7일이 소요되니 어마어마한 규모다. 두 도시 간 시차는 7시간으로, 열차로 이동하면서 시간대가 계속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당연히 숙박이 필요한 열차라 객차마다는 공용 화장실이 있고, 열차마다 식당칸은 따로 마련돼 있다. 객차는 등급과 시설에 따라 1등석, 2등석, 3등석으로 구분되는데 가격이 약 2배씩 차이 난다. 가난한 여행객이거나 현지인과 의사소통이 주요목적이면 복도 기준으로 6인 개방형 3등석을, 가족 등 4명 단위 여행객은 문이 있는 2등석(4인실),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여행을 원한다면 2등석에서 2층 침대가 없는 형태인 1등석(2인실)을 선택하면 된다.
열차표는 러시아 철도청 홈페이지(www.rzd.ru)에서 인터넷으로 객차 시설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고 예매할 수 있어 편하고, 시설이 안 좋은 열차는 아닐지 걱정할 일도 없어졌다. 아울러 최근에는 업그레이드된 3등석 객차가 등장하여 자리마다 USB 포트와 독립 공간 확보 커튼이 장착된 열차가 다닌다고 한다. 판독이 난해했던 열차 티켓도 보기 좋게 바뀐다고. 이용객이 많아지니 이런 것도 하나씩 좋아지고 있다.
Q3. 횡단열차 여행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오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면 ‘무조건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코스로 가야 한다’ 또는 ‘유레일 패스처럼 한 번 끊은 표로 원하는 대로 탈 수 있다’였다. 절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기차 타는 것과 똑같이 러시아에서도 출발 도시와 도착 도시를 정하여 해당 노선 티켓을 사면 그 코스만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횡단열차 여행은 계획하기 나름이니 짧게도, 길게도 가능하다. 아쉽게도 패스 카드도 아직은 없기 때문에 중간 도시에 머물렀다면 열차를 탈 때마다 매번 표를 구입해야 한다.
그밖에도 ‘열차에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다’, ‘샤워를 할 수 있다’와 같은 궁금증 또는 추측성 정보가 많다. 기본적으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탄다는 생각을 전제로 여행길에 오르는 편이 좋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는 무선 인터넷은커녕 전화 전파조차 터지지 않는다. 하지만 향후 wi-fi가 되는 객차가 나올 거라는 설이 있으니 희망을 품어보는 것도 좋겠다. 샤워의 경우, 차장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다른 객차 샤워실을 사용하게 해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이 마저도 시설이 안 좋은 열차에 탑승했다면 혜택을 누리기 어려워진다는 점은 잊지 말 것.
Q4. 횡단열차는 언제 타 봤는지?
자유여행으로 갈 때는 1박 야간 열차는 러시아 내 이동 수단으로 여러 번 타 봤다. 여행자들에게 열차 1박 정도는 호기심을 채워 주기 충분하다. 열차 여행 일정이 그보다 더 길어진다면 누구와 함께 하느냐 따라 평이 크게 갈릴 것이다. 같은 여행을 했어도 어떤 사람은 말동무나 할 일이 없어 지루하게 보내는가 하면, 다른 사람은 열차 이웃을 잘 만나서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나 또한 경험을 통해서 실감했다.
내가 시베리아 횡단열차 완주를 한 건 외교부와 코레일이 주관한 ‘유라시아 친선특급’ 국민 원정대로 참여했던 2015년이 처음이었다. 열차를 타더라도 조금은 더 특별하게 완주하고 싶었던 전공자의 마음에 모집 공고를 보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고, 10:1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최종 70여명에 들었다. 회사에는 장장 3주 휴가를 내고 열차에 올라 생애 처음 주어진 미션들을 수행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모스크바를 거쳐 베를린까지 가는 19박 20일의 여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함께 여행하는 또래 혹은 젊은 청년들과 마음이 잘 맞아, 매일 이야기하며 놀고 함께 삶을 나누며 치열하게 고민하다 보면 다음 날이었다. 열차 생활이 처음에는 비좁은 공간에 답답했지만, 서로 양보해가며 지내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적당한 열차의 움직임으로 생각보다 잠도 잘 왔고, 머리 감는 법도 스스로 터득했을 뿐만 아니라, 잠시 정차한 열차에서 내려서 밟는 땅은 신선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먹통이 된 휴대폰에 세상과의 단절이 오히려 홀가분했다. 이처럼 아날로그에 원시적인 열차 생활을 하면서 나와 타인에 대한 생각, 그리고 현실로 무뎌졌던 나의 감정을 돌아보게 됐다. 그래서 그 여정이 내 삶을 바꿔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Q5. 횡단열차 여행 제대로 즐기려면?
무작정 가는 맛도 물론 있겠지만 준비는 필요하다. 우선 여행을 함께 할 마음 잘 맞는 동료가 있는 것이 좋겠다. 또 생각보다 열차에서 보낼 시간이 긴 데다, 하루 세 끼를 챙겨야 하므로 먹거리는 필수이다. 식당칸은 가격이나 맛을 따져 보면 하루에 한 번, 많게는 두 번 방문이 적당할 것이다. 나머지는 간단히 조리해 먹는 밥, 라면, 빵 종류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객차 앞에는 24시간 뜨거운 물이 나오는 물주전자(사모바르)가 있으니 각종 식사 조리에만 쓰일 뿐만 아니라 차, 커피도 타 마실 수 있어 유용하다.
그 외에 여가를 보낼 만한 것으로는 주변 이웃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이나 등 놀거리, 나눠줄 기념품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읽을 책, 그간 못 본 영상을 태블릿 PC에 담아 챙겨가는 것도 좋다.
사실 정답은 없다. 취향에 따라 제한된 공간과 환경에서 가장 잘 먹고 즐길 만한 것들을 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Q6.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추천 코스?
완주 자체에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시간에 제약이 있거나 열차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 구간을 추천한다. 1박 야간 열차로 횡단열차 체험이 가능하고, 한국에서도 멀지 않은 극동 지역 도시라 이동 시간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하바롭스크는 블라디보스토크와는 달리 잘 정비된 유럽의 매력이 느껴지는 도시라 새로운 기분 전환도 될 수 있다.
1박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면 블라디보스토크~이르쿠츠크 코스도 매력적이다. 열차 3박으로 조금은 더 길게 탈 수 있고, '시베리아의 파리' 이르쿠츠크와 시베리아의 진주 바이칼 호수를 볼 수 있어 많은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시베리아의 문화와 대자연을 느껴보는 이색적인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