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후유증
작가가 작품을 끝내면 어떤 기분일까
나에게 작품은 자식과도 같다.
내 안에 있을 땐 한 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데
세상에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시선을
마치 속세의 때처럼 얻어 입고 올 때에는
내 작품에 대한 나의 시선도 날카롭게 왜곡되기 시작한다.
한없이 사랑스러웠던 내 작품이 형편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 모두의 시선이 다 걷어지고
오로지 작품과 내가
처음 만났던 때처럼 서로를 순수하게 다시 바라볼 수 있기까지
아무도 안 보는 곳에 몇 년씩 처박아 두기도 한다.
작품을 발표하고 나면 그간의 설렘과 만족감을 거쳐 깊은 후유증이 몰려온다.
작품에 부었던 노력과 애정과 시간이 더 깊을수록
내 마음의 공허함이 그만큼 깊이 파인다.
그건 무엇이 나쁘고 좋고의 느낌이 아니라
내 안에 영혼을 거의 소진해 버려서
다시 그 영혼의 우물샘이 차오를 때까지 목마름을 참아야 하는 것과 같다.
검게 파여버린 깊은 공허의 어둠의 끝을 바라보기보다는
아예 눈을 감고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을 택한다.
매일 바라보던 작품은 다시 바라보기 두려운 그 무엇이 된다.
나는 그럴 때마다 시선을 돌려 전혀 엉뚱한 짓을 하면서 그 시기를 보내는데
그래서 2019년에는 스케이팅에 빠져서 살았다.
지금 나는 내가 하던 작업으로 돌아왔다.
며칠 전 근 2년 동안 전시관에서 가져온 작품들을 포장도 안 뜯고 집에 쌓아두었다가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슴을 옥죄는 두려움으로 작품을 열었는데
원래 내가 좋아했던 모습 그대로 작품이 있다.
작품이 웃고 있다.
자식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작품은 변한 적이 없다.
작품을 보는 나의 시선이 흔들렸을 뿐.
작품의 포장 옷을 벗겨 죄다 꺼내놓았다.
나는 내 작품이 좋다.
내 작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