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갈등
예술을 하고 나서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많아졌다.
그런데 문득 이것이 너무나 당연해서 쓸모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게 예술은 어쩌면 '쓸데없는 짓'일 뿐만 아니라
쓸데 있는 것들조차도 쓸데없는 것들로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쓸데 있는 가치를 다 뽑아서 던져버리면 쓸데없는 것들만 남는데
이것이 내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이다.
특히나 사람의 몸이 오브제인 예술작품은
한 인간의 쓸모, 즉 유용성을 퇴화시키는 일일지도 모른다.
고로 예술가는 '쓸데없는 사람'이 맞다.
적어도 물질세계에서는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이던 사람이던
쓸데가 없는 것이라야 사람들이 비로소 모셔놓고 보기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유용성이 남아있다면,
사람들은 그 위에 올라타고, 밥상 밑에 깔고, 몸에 둘러
어떻게 하든 자신을 위해 소모하고 유용하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아무것에도 소용없는 순수하고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싶다.
유용되기보다는 그저 존재하고 싶다.
그러기에 나는 아직도 너무 유용하다.
그저 존재하기엔 너무 두려움이 앞선다.
거기에 내 갈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