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위의 작은 공간

뜬금없지만 해볼 만한 일

by 이영선

소파 위에 분홍색 천을 뒤집어쓰고 앉았다. 발을 소파 위로 당기고 몸을 웅크려 천 안으로 내 몸을 모두 끌어당겼다. 어렸을 때와 달리 천 안의 공간은 그리 여유롭지 않았다. 나는 아마 커다란 덩어리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천 안으로 오후의 햇빛이 엷게 들어와 안이 완전히 어둡지는 않았다. 그 안은 어렸을 때 그 소파 위에서처럼 안락했다. 오늘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전부라면, 나는 이 공간만으로도 그 하루를 누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살았던 녹색의 커다란 대문이 달린 집 마당에 버려진 듯 놓여 있었던 1인용 소파가 있었다. 색깔과 재질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 위에 앉아 아빠의 커다란 재킷을 천막처럼 뒤집어쓰고 앉았다. 커다란 옷자락 한 겹이지만 그곳은 세상과 분리된 안락함과 평온함이 있었다. 나는 그 안에서 이리저리 다양한 모습으로 뒹굴었다. 과자도 먹고, 밥도 먹고, 책도 읽었다. 그날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단 하루만 살 수 있다면 그 공간을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살아도 충분했다고.


작은 소파 안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 내가 있는 공간이 너무나 크게 다가오는 때가 있다. 세상에서 내가 차지하는 공간을 아주 조그맣게 만들어 있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 소파 위에 천을 뒤집어쓰고 잠시 앉아 있는 것도 해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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