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은 그의 존재가 그들로부터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의 모습은 오래된 색처럼 그들의 일상에서 투명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보통 식구들이 눈을 뜨기 전인 이른 새벽에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진료실을 향해 집을 나섰고, 식구들이 다들 잠이 들어 있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가끔 늦게까지 깨어서 책상 앞에 앉아있던 아들은 그가 주차하는 소리를 듣고 그가 집에 온 것을 알아챌 뿐이었다. 그는 토요일 주말에도 오전 진료를 마친 후 근처 빵집에 들러 뜨겁고 연한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 한 조각을 사서 손에 쥐고 어김없이 늪으로 향했다. 그나마 토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그는 식구들과 함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일요일에도 일부러 주말을 통해 늪을 찾는 많은 사람들을 피해 이른 아침 늪으로 향했다. 일주일의 피곤한 일상을 마치고 한창 주말의 늦잠에 빠져있는 식구들은 그가 문밖을 나서는 소리도 제대로 들은 적이 없었다. 아침은 거르고 약간은 이른 점심을 준비한 식탁 앞에 그가 보이지 않아도 아무도 이를 새삼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여느 때처럼 일찍 늪에 가서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전 그가 근무를 하던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그가 진료를 시작하는 시간인 아홉 반이 다 되어서도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번도 어김없이 여덟 시쯤에는 출근을 하며 아끼는 화분들을 돌보던 그가 그날은 연락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식구들은 그제야 일주일 내내 아무도 집안에서 그의 존재와 마주친 적인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마주친 적도, 대화를 한 적도 없는 그가 늘 곁에 있다고 생각했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서로가 다 알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들의 생활은 앞으로도 그렇게 빈틈없이 완벽하게 반복될 거라고 믿었다. 그들은 급히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파견된 경찰 수색대 중 한 명이 인적 드문 늪의 풀숲에서 그의 것으로 보이는 카메라를 발견하고 슬픔에 잠겨있는 아들에게 이를 전달했다. 그뿐이었다. 그 외 다른 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경찰은 이를 미제사건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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