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악질의 비평가는 내 머릿속에 산다.
실제로는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
작업을 하다 보면 온갖 악질 비평가의 홀로그램이 말풍선처럼 떠오른다.
그 비평가들의 비평에도 동요되지 않고
각종 악질 홀로그램이 제 풀에 꺾여 사라질 즈음
단단하게 작품이 완성된다.
악질의 비평가는 내가 시기적절하게 잘 대응하지 못했던
삶에서 실제 맞닥뜨린 온갖 편견과 영혼을 갉아먹는 '나쁜 놈'들의 잔상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아 생긴 것들이다.
나는 작업을 하면서 이들과 싸운다.
그리고 이들의 공격에 초연해질 때까지 작품을 단련시킨다.
작품에서 그런 나쁜 기운과 트라우마적 기억이 걷혀서
더 이상 생각조차 나지 않을 때
내 작품은 작품이 된다.
작품은 보이는 것을 만들고 모방하는 과정이 아니다.
내 마음에서 가장 순수한 것을 만들어내는 나의 삶의 조각이다.
'나쁜 놈'들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지만,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는다.
내 영혼의 정화작용이 아직은
'나쁜 놈'들의 세상보다 더 세기 때문이다.